
당뇨병 진료는 오랫동안 혈당 조절을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당화혈색소를 일정 수준 이하로 유지하는 것은 여전히 중요하지 만, 실제 임상 현장에서 당뇨병 환자의 장기 예후를 결정하는 요인은 혈당 그 자체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심부전, 만성콩팥병,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과 같은 합병증은 서로 독립적으로 발생 하기보다는, 공통된 대사 이상을 바탕으로 동시에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임상 현실을 반영하여 최근 제시된 개념이 CKM(cardiovascular-kidney-metabolic) syndrome이다. CKM syndrome은 비만과 인슐린 저항성으로 시작된 대사이상이 당뇨병을 거쳐 심장과 신장 질환으로 확장되는 연속적인 병태를 하나의 스펙트럼으로 이해하고, 질환 발생 이후의 치료보 다 위험 단계에서의 조기 개입을 강조한다.
특히 미국심장협회(AHA)는 CKM health를 0-4단계로 제시하며, 위험요인이 없는 단계(0)부터 비만·이상지방조직(1), 대사이상 및/또는 만성콩팥병(2-3), 임상적 심혈관질환(4)까지의 연 속선으로 설명한다<표 2>.
본 원고에서는 이 공식적인 CKM 개념을 바탕으로, 임상 교육 및 진료 상황에 맞게 ‘정상-대사 이상-당뇨병-심·신·혈관질환’ 으로 단순화한 단계 모델을 함께 활용하여 CKM syndrome의 과학적 근거를 정리하고, 이를 진료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살펴보고자 한다.
CKM Syndrome의 개념과 배경
CKM syndrome은 2023년 이후 미국심장협회를 중심으 로 공식화된 개념으로, 심혈관질환·만성콩팥병·대사질환을 개별 질환이 아닌 하나의 연속선상에서 바라본다. 이 개념 에서는 질환의 유무보다 어느 단계(stage)에 있는지가 중요 하며, 대사 이상이 심장과 신장 손상으로 이어지기 전 단계 부터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본다.
공식적인 CKM health 분류는 0–4단계(0: 위험요인 없 음, 1: 비만·이상지방조직, 2: 대사 이상 또는 중등도 CKD, 3: 고위험 CKD 또는 높은 심혈관 위험, 4: 임상적 심혈관질 환)로 제안되어 있다. 하지만 실제 외래에서는 이를 보다 직관적인 네 단계, 즉 정상 대사상태, 비만과 인슐린 저항성이 나타나는 초기 대사이상 단계, 당뇨병이 명확해지는 중간 단계, 그리고 심부전·만성콩팥병·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으 로 진행된 후기 단계로 단순화하여 활용할 수 있다. 이러한 단계적 접근은 기존의 ‘당뇨병 합병증’이라는 개념보다 훨씬 앞선 시점에서 위험을 인지하도록 돕는다.
병태생리적 근거: 왜 심장·신장·대사는 함께 망가지는가?
CKM syndrome의 핵심은 심장, 신장, 대사 이상이 서로 다른 질환이 아니라 공통된 병태생리 축을 공유한다 는 점이다. 인슐린 저항성은 근육과 간에서의 포도당 이 용 장애를 넘어, 심근의 에너지 대사 이상과 사구체 과여과 (hyperfiltration)를 유발한다. 만성 고혈당과 함께 동반hyperinsulinemia, 내장비만, 이상지질혈증은 lipotoxicity와 미토콘드리아 기능 장애를 통해 심근 및 신장 세포 손상을 촉진한다.
만성 염증과 산화 스트레스는 혈관 내피 기능 장애를 통해 죽상경화를 촉진하고, 동시에 신장 사구체 손상을 가속화한 다. 또한 레닌-안지오텐신-알도스테론계의 지속적인 활성은 혈압 상승뿐 아니라 심근 비대와 신장 섬유화를 동시에 유도 한다. 여기에 교감신경계 활성, 나트륨·체액 저류, adipokine 및 인크레틴 신호의 이상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심장· 신장·대사 장기 간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된다. 이러한 기전들 은 개별 장기에서 독립적으로 작용하기보다는, 서로를 증폭 시키며 CKM syndrome의 진행을 가속화한다.
이러한 병태생리적 연결고리는 왜 당뇨병 환자에서 심부전 과 만성콩팥병이 흔히 동반되는지, 그리고 왜 한 장기의 치료 만으로는 예후 개선에 한계가 있는지를 설명해준다.



역학적 근거: CKM 위험은 실제로 얼마나 큰가?
대규모 역학 연구들은 CKM syndrome 개념의 타당성을 뒷받침한다. 여러 국가의 코호트 연구에서 당뇨병과 만성 콩팥병이 동시에 존재할 경우 심부전 발생 위험은 단독 질 환에 비해 대체로 약 2배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되었 다. 일부 연구에서는 심부전 입원, 심혈관 사망 위험이 2–3 배 범위에서 상승하는 결과도 제시되어, CKM 위험요인의 중첩 효과가 일관되게 관찰된다.특히 주목할 점은 당화혈색소가 비교적 양호하게 조절된 환자에서도, 신기능 저하 나 알부민뇨가 동반되면 심혈관 사건 위험이 유의하게 증가 한다는 사실이다. 이는 혈당 조절만으로는 심·신 위험을 충 분히 설명할 수 없음을 의미하며, CKM syndrome 관점에서 의 통합적 위험 평가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이는 혈당 조절 만으로는 심·신 위험을 충분히 설명할 수 없음을 의미하며, CKM syndrome 관점에서의 통합적 위험 평가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CKM 관점에서의 약물 치료 근거
1) SGLT2 억제제
SGLT2 억제제는 CKM syndrome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약제로 평가받고 있다. 여러 대규모 임상 연구에서 이 약제 는 심부전 입원 감소와 만성콩팥병 진행 억제 효과를 일관 되게 보여주었으며, 이러한 효과는 당화혈색소 감소와 독립 적으로 나타났다. 즉, SGLT2 억제제는 단순한 혈당 강하제 라기보다, 사구체 내압 감소, 나트륨·체액 조절, 혈압·체중 감소, 심근 에너지 대사 개선 등 다양한 기전을 통해 심·신 보호 효과를 발휘하는 CKM 조절 약제로 이해할 수 있다.
외래에서는 미세알부민뇨가 동반된 당뇨병 환자, 신기능 이 서서히 감소하는 환자, 또는 심부전 위험이 높은 환자에 서 혈당 조절 상태와 관계없이 조기 사용을 고려할 수 있 다. 특히 ASCVD 또는 심부전·CKD 병력이 있거나, CKM stage 2–3에 해당하는 고위험군에서는, 기존 혈당 강하제 선택 이전에 SGLT2 억제제를 우선적으로 검토하는 전략이 권고된다.
2) GLP-1 수용체 작용제
GLP-1 수용체 작용제는 체중 감소와 함께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 위험 감소 효과를 보여 CKM spectrum의 초기 및 중간 단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여러 심혈관계 안전성· 결과 연구에서 일부 GLP-1 수용체 작용제는 기존 ASCVD 를 가진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 주요 심혈관 사건(MACE)을 유의하게 감소시키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특히 비만을 동반한 당뇨병 환자에서 대사 부담을 줄이고, 장기적으로 심혈관 위험을 낮추는 데 기여한다. CKM 관점 에서는 비만·인슐린 저항성이 두드러진 CKM stage 1–2 환 자에서 GLP1 수용체 작용제를 통해 체중과 대사 위험을 조 기에 낮추고, 이후 SGLT2 억제제 등과의 병용을 통해 심·신 보호를 강화하는 단계적 전략이 유용하다.
외래에서의 CKM 실전 적용 전략
CKM syndrome을 실제 진료에 적용하기 위해 복잡한 알 고리즘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몇 가지 단순한 체크 리스트를 일관되게 적용하는 것만으로도 진료 패턴을 ‘혈당 중심’에서 ‘CKM 중심’으로 전환할 수 있다. 다음과 같은 간 단한 원칙만으로도 진료의 방향을 바꿀 수 있다.

첫째, 당화혈색소뿐 아니라 eGFR와 요알부민을 항상 함 께 해석한다.
둘째, 혈당이 목표 범위에 있더라도 심·신 위험이 존재하 는지 평가한다.
셋째, 고위험 환자에서는 장기 보호 효과가 입증된 약제 를 조기에 고려한다.
넷째, 심장내과·신장내과 협진은 합병증 발생 이후가 아 니라 위험 단계에서 연결한다.
이러한 접근은 진료의 복잡성을 크게 늘리지 않으면서도, 환자의 장기 예후를 고려한 설득력 있는 치료 전략을 제시 할 수 있게 한다. 또한 진료실에서 ‘혈당이 잘 나오는 환자’ 라도 CKM stage 2–3에 해당한다면, 보다 공격적인 위험인자 조절과 약제 전략을 고민하도록 임상의의 인식을 전환해 준다.
결론
CKM syndrome은 새로운 질환명이 아니라, 당뇨병 진료의 방향성을 재정의하는 개념이다. 혈당 중심의 접근에서 벗어나 심장과 신장을 함께 보호하는 통합 전략은 이미 충분한 병태생리적·임상적 근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특히 SGLT2 억제제와 GLP1 수용체 작용제를 포함한 현대적 약물 전략, 그리고 CKM stage 기반 위험 평가를 결합하면, '심·신·대사 통합 관리'가 현실적인 진료 목표가 될 수 있 다. CKM 관점의 진료를 도입하는 것은 환자의 장기 예후를 개선할 뿐 아니라, 진료의 전문성과 깊이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