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형 당뇨병, 2026년 7월부터 ‘췌장장애’로 장애 등록 가능
23년 만의 새 장애 유형 신설…1형 당뇨 환자 복지 사각지대 해소 기대
혈당 조절 장애·인슐린 치료 필요성 반영…의료기기·교육·돌봄 지원 확대 요구
“장애 인정은 출발점”…판정 기준·실질 지원 체계 정착이 관건

2026년 7월부터 1형 당뇨병 환자도 일정 기준을 충족할 경우 ‘췌장장애’로 장애 등록을 할 수 있게 된다. 그동안 1형 당뇨병은 평생 인슐린 치료와 지속적인 혈당 관리가 필요한 중증 만성질환임에도 법정 장애 유형에 포함되지 않아 환자와 가족의 의료비·돌봄 부담이 크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보건복지부가 추진한 장애인복지법 시행령·시행규칙 및 장애정도판정기준 개정에 따라 췌장장애가 새로운 장애 유형으로 신설되면서, 1형 당뇨병 환자들이 장애인 복지서비스 체계 안으로 들어올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
1형 당뇨병은 췌장에서 인슐린이 거의 또는 전혀 분비되지 않아 외부 인슐린 주입 없이는 생명 유지가 어려운 질환이다. 환자는 하루 여러 차례 혈당을 확인하고 인슐린을 투여해야 하며, 저혈당과 고혈당 위험을 상시 관리해야 한다. 특히 소아·청소년 환자의 경우 학교생활, 식사, 운동, 수면 등 일상 전반에서 보호자와 교사의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이번 췌장장애 신설은 단순히 질환명을 장애 목록에 추가하는 차원을 넘어, 1형 당뇨병 환자가 겪는 일상생활의 제약과 가족의 돌봄 부담을 제도적으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대한당뇨병학회가 안내한 세부 기준에 따르면, 췌장장애 가운데 ‘장애의 정도가 심한 장애’는 혈당 기준과 C-펩타이드 수치 기준을 충족하면서 다회 인슐린 주사요법 또는 인슐린 자동주입기, 즉 인슐린펌프를 지속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환자 등이 해당한다. 췌장 이식수술을 받은 환자는 ‘장애의 정도가 심하지 않은 장애’로 분류될 수 있다.
장애 진단은 원칙적으로 일정 기간 환자를 지속적으로 진료한 내과 내분비대사분과 전문의 또는 소아청소년과 내분비분과 전문의가 담당한다. 췌장이식 환자의 경우에는 이식수술을 집도했거나 진료 중인 외과 또는 내과 전문의도 판정할 수 있다.
장애 등록이 이뤄지면 환자와 가족은 장애인 복지서비스 대상이 될 수 있다. 적용 가능한 지원은 장애 정도, 소득·재산 기준, 연령, 지자체 사업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 대표적으로 장애수당, 장애아동수당, 세제 감면, 교통·통신요금 감면, 보조기기 지원, 고용지원 등이 거론된다.

특히 1형 당뇨병 환자에게는 연속혈당측정기, 인슐린펌프, 혈당측정 소모품 등 치료기기와 소모품 비용 부담이 큰 만큼, 이번 장애 인정이 실질적인 의료비 부담 완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다만 의료계와 환자단체는 장애 등록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일반 건강보험 가입자의 경우 장애 등록 자체가 곧바로 진료비 전액 감면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며, 일부 혜택은 소득 기준이나 장애 정도에 따라 제한될 수 있다. 따라서 제도 시행 과정에서 환자들이 받을 수 있는 지원 범위와 신청 절차를 명확히 안내하는 것이 중요하다.
교육 현장의 대응도 핵심 과제로 꼽힌다. 1형 당뇨병 소아·청소년은 학교에서 혈당 확인, 인슐린 투여, 저혈당 응급대응이 필요할 수 있다. 장애 인정 이후에는 학교 내 관리 매뉴얼, 보건교사와 담임교사의 역할, 응급상황 대응체계, 의료보조 인력 지원 등 구체적인 교육·돌봄 체계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요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고용 영역에서도 변화가 예상된다. 성인 1형 당뇨병 환자의 경우 근무 중 혈당 측정, 인슐린 투여, 식사시간 조정, 저혈당 대응 등이 필요할 수 있다. 장애 등록은 직장 내 합리적 편의 제공과 고용지원 제도를 활용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다.
환자가 실제로 장애 등록을 신청하기 위해서는 진단서와 의무기록, 혈당 및 C-펩타이드 검사자료, 인슐린 치료 기록 등을 준비해야 한다. 장애인 등록 절차는 주소지 주민센터를 통해 진행되며, 이후 국민연금공단의 장애심사를 거쳐 최종 등록 여부가 결정된다.
전문가들은 제도 시행 초기 의료기관과 환자 모두 혼선을 겪지 않도록 충분한 사전 안내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1형 당뇨병 진단 기준과 췌장장애 등록 기준은 동일하지 않기 때문에, 모든 1형 당뇨병 환자가 자동으로 장애 등록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정해진 판정 기준을 충족해야 하며, 일부 환자는 심사 과정에서 등록이 어려울 수 있다.
이번 췌장장애 신설은 1형 당뇨병 환자와 가족에게 중요한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그동안 개인과 가족의 책임으로 여겨졌던 혈당 관리와 돌봄 부담을 국가 복지체계 안에서 지원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도 정착을 위해서는 장애 판정 기준의 현장 적용, 치료기기 지원 확대, 학교·직장 내 관리체계 구축, 지역별 복지서비스 편차 해소가 뒤따라야 한다.
장애 인정이 선언적 조치에 그치지 않고 환자의 삶을 실제로 바꾸는 제도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정부, 의료계, 교육계, 지자체의 지속적인 협력이 필요하다.
의료계는 이번 제도 변화를 계기로 1형 당뇨병을 단순한 혈당 조절 질환이 아니라 평생 관리와 사회적 지원이 필요한 중증 만성질환으로 바라보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