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당뇨병 환자 늘어나는데…지역사회 건강관리 인력은 준비됐나
작성일 : 2026.07.21 22:53

고령 당뇨병 환자 늘어나는데…지역사회 건강관리 인력은 준비됐나

 

 

 

고령 당뇨병 환자 늘어나는데…지역사회 건강관리 인력은 준비됐나

 

간호조무사 94만 명, 동네의원·방문간호 현장에서 만성질환 관리 역할 확대 요구

대한간호조무사협회 “교육·전문성 강화하고 통합돌봄 서비스 제공 인력으로 인정해야”

 

당뇨병 환자의 고령화와 독거노인 증가로 병원 밖에서 이뤄지는 혈당·복약·생활습관 관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의료기관을 방문해 처방받는 것만으로는 장기간 이어지는 당뇨병 관리의 공백을 해소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인슐린을 사용하는 고령 환자나 여러 만성질환을 함께 가진 환자는 저혈당 위험, 약물 복용 오류, 식사 불균형, 당뇨병성 족부질환 등 합병증 위험을 일상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이에 따라 동네의원과 가정, 지역사회 돌봄 현장을 연결할 보건의료 인력의 역할이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는 창립 53주년을 맞아 간호조무사의 교육제도와 전문성을 강화하고, 이들을 초고령사회 지역돌봄과 만성질환 관리의 핵심 인력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협회는 서울 광진구 세종대학교 광개토관 컨벤션홀에서 ‘창립 53주년 기념식 및 제1회 간호조무사 간호실무 학술대회’를 열고 국가시험 응시자격 개선, 방문간호 역할 확대, 교육·연구 기반 구축 등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당뇨병 관리는 진료실 밖에서 더 오래 이어진다

당뇨병은 의료진의 진단과 처방만으로 관리가 끝나는 질환이 아니다.

환자는 매일 혈당을 확인하고 약을 복용하거나 인슐린을 투여해야 한다. 식사량과 탄수화물 섭취, 운동, 수면, 스트레스, 발 상태도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그러나 고령 환자에게 이러한 자기관리는 쉽지 않다. 시력이나 손 기능이 떨어지면 혈당측정기와 인슐린 주사기를 사용하기 어렵고, 인지기능이 저하되면 투약 시간이나 용량을 혼동할 수 있다.

당뇨병뿐 아니라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만성콩팥병 등을 함께 앓는 경우 복용해야 할 약이 많아지면서 중복 복용이나 복용 누락 위험도 커진다.

 

가족과 떨어져 사는 독거노인이나 거동이 불편한 환자는 저혈당과 고혈당이 반복되거나 발에 상처가 생겨도 적절한 시점에 의료기관을 찾지 못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지역사회 당뇨병 관리에서는 환자의 생활 속 변화를 관찰하고, 이상 징후를 조기에 발견해 의료진과 연결하는 인력이 필요하다.

 

동네의원 간호인력 86%…환자와 가장 가까운 접점

간호조무사는 의원급 의료기관과 요양시설, 방문간호 현장 등에서 환자와 일상적으로 접촉하는 대표적인 보건의료 인력이다.

협회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간호인력 약 53만 명 가운데 간호조무사는 24만6천여 명으로 약 46%를 차지한다. 특히 동네의원 간호인력 가운데 간호조무사 비중은 약 86%에 이른다.

 

당뇨병 환자가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내과와 가정의학과, 보건의료기관에서도 간호조무사는 진료 준비와 검사 지원, 환자 안내 등 다양한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이러한 현장 접근성을 고려하면 일정한 교육을 받은 간호조무사가 당뇨병 환자의 복약 여부와 생활관리 실천 상황을 확인하고, 저혈당이나 합병증 의심 증상을 조기에 발견하는 데 보조적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 협회의 주장이다.

 

다만 이는 의사의 진단이나 간호사의 전문적 간호를 대체하는 방식이 아니라, 의료진의 지도와 명확한 업무 범위 안에서 환자 관리의 공백을 줄이는 방향으로 설계돼야 한다.

 

방문간호 간호조무사 6,400명…통합돌봄 참여 요구

협회에 따르면 700시간의 특화 교육을 이수한 방문간호 간호조무사 약 6,400명이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다. 방문간호는 거동이 불편한 환자의 가정을 찾아 건강 상태와 생활환경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령 당뇨병 관리에 의미가 있다.

가정 방문 과정에서 혈당관리 상태와 약물 복용 여부를 확인하고, 식사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살펴보며, 발의 상처나 부종 등 이상 징후를 발견해 의료진에게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령 당뇨병 환자에게 흔한 저혈당은 어지럼증이나 실신, 낙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가족이나 보호자가 없는 상황에서는 증상이 발생해도 적절한 대처가 늦어질 가능성이 높다.

 

지역 방문인력이 환자의 반복적인 저혈당, 식사량 감소, 인슐린 사용 오류 등을 조기에 파악해 의료기관과 연결한다면 응급실 방문과 입원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협회는 이 같은 역할을 제도화하기 위해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에 간호조무사를 간호서비스 제공 인력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방문진료에 간호조무사가 동행할 수 있도록 별도의 수가를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협회가 공개한 조사에서는 의사의 84.1%가 방문진료 시 간호조무사 동행 수가 신설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력 제한 폐지 요구…“전문대학 교육도 인정해야”

간호조무사의 지역사회 역할 확대를 위해서는 교육체계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현재 간호조무사 국가시험 응시자격은 특성화고등학교 관련 학과 졸업자나 지정 간호학원 교육과정 이수자 등을 중심으로 규정돼 있다. 전문대학에서 관련 교육을 이수하더라도 현행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국가시험에 응시할 수 없다.

 

협회는 이를 시대에 맞지 않는 학력 제한이라고 비판하며, 대학 교육과정을 이수한 사람에게도 국가시험 응시자격을 부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행사장에는 ‘간호조무사 응시자격에 대학 교육을 인정하라’는 대정부 메시지가 내걸렸다.

곽지연 대한간호조무사협회장은 “간호조무사는 국민이 아플 때 가장 가까운 곳에서 만나는 보건의료의 모세혈관 역할을 해왔다”며 “올해를 간호조무사의 전문적 품격이 실현되는 원년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단순 인력 확대보다 ‘당뇨병 특화 교육’ 필요

지역사회에서 간호조무사의 역할을 확대하려면 단순히 인원만 늘리는 방식에서 벗어나 직무별 교육과 평가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당뇨병 관리에 참여하는 인력이라면 혈당의 기본 개념과 저혈당 대처, 인슐린 보관과 사용, 복약 확인, 식사·운동 관리, 당뇨병성 족부질환의 위험 신호 등을 이해해야 한다.

연속혈당측정기와 인슐린펌프 사용자가 늘어나는 만큼 당뇨병 치료기기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도 필요하다.

또한 환자의 혈당 수치를 임의로 해석하거나 약물과 인슐린 용량 변경을 권고하지 않도록 업무 한계를 명확하게 교육해야 한다. 이상 징후가 발견되면 정해진 기준에 따라 의사나 간호사에게 보고하고, 필요한 진료가 신속하게 이뤄지도록 연결하는 체계가 중요하다.

교육과정 표준화, 실습 기준, 보수교육, 자격 갱신 또는 역량평가가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 업무 범위만 확대하면 환자안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

 

첫 간호실무 학술대회…현장 경험을 연구로 연결

협회는 이번에 처음으로 간호조무사 간호실무 학술대회를 열고 현장 실무를 학술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학술대회에서는 국가시험 응시자격과 교육제도 개선, 초고령사회 지역돌봄 대응, 방문간호 역량 강화, 법적 지위와 처우 개선 등이 다뤄졌다.

협회는 앞으로 학술대회를 정례적으로 개최하고, 현장 사례와 실무 연구를 축적해 간호조무사의 전문성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당뇨병과 같은 만성질환 분야에서도 의원급 의료기관과 방문간호 현장에서 어떤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지, 해당 업무가 환자의 혈당조절과 합병증 예방, 의료 이용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객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대통령 축사…처우 개선과 사회적 인정 언급

이번 기념식에는 대통령실 축사가 처음으로 전달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축사를 통해 94만 간호조무사의 헌신에 감사를 표하고, 이들에게 합당한 처우와 사회적 인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정책 개선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협회는 대통령 축사가 선언적인 메시지에 머물지 않고 교육제도 개편, 법적 지위 개선, 방문진료 동행 수가 등 구체적인 정책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뇨병 지역관리, 의료진과 돌봄인력의 연결이 관건

초고령사회에서 당뇨병 관리의 무게중심은 병원 진료와 지역사회 생활관리를 연결하는 방향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동네의원과 방문간호 현장에서 활동하는 간호조무사는 환자와 가까운 곳에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적절한 교육과 의료진의 지도체계가 마련된다면 복약과 생활관리 확인, 위험 신호 발견, 진료 연계 등에서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러나 간호조무사의 역할 확대가 곧바로 당뇨병 관리의 질 향상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업무 범위와 책임을 명확히 하고, 당뇨병 특화 교육과 환자안전 기준을 마련하며, 의사·간호사·간호조무사·사회복지사 등 다양한 직종이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협업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94만 간호조무사를 지역사회 당뇨병 관리의 새로운 자원으로 활용할 것인지, 활용한다면 어떤 교육과 책임체계를 적용할 것인지가 향후 통합돌봄 정책의 주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 기사에는 “병원이 아닌 집과 동네에서 이어지는 당뇨병 관리”라는 관점이 중심적으로 반영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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