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목에 차면 혈당이 측정된다? 중국산 ‘비침습 혈당시계’의 불편한 실체
작성일 : 2026.07.22 00:28

 

 

손목에 차면 혈당이 측정된다? 중국산 ‘비침습 혈당시계’의 불편한 실체
혈당을 직접 재지 않고 추정값 표시 가능성…잘못된 수치가 인슐린 투여와 응급대처까지 흔든다

 

온라인 쇼핑몰과 해외 직구 플랫폼에서 ‘채혈 없는 혈당측정’, ‘24시간 실시간 혈당 감시’, ‘레이저 혈당측정’, ‘AI 혈당분석’을 내세운 손목시계형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상당수 제품이 중국 제조·판매업체를 통해 유통되면서 흔히 ‘중국산 손목혈당측정기’로 불리지만, 핵심 문제는 제조국 자체가 아니다. 혈당측정 의료기기로 정식 허가받았는지, 실제 포도당을 어떤 원리로 측정하는지, 정확성을 검증한 임상자료가 있는지가 본질적인 판단 기준이다.

현재 확인되는 가장 큰 문제는 일부 제품이 일반 스마트워치에 혈당 표시 기능을 추가한 뒤, 마치 의료용 혈당측정기처럼 광고된다는 점이다.


FDA “혈당 측정·추정하는 스마트워치나 스마트링 승인한 적 없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024년 2월 공식 안전성 경고를 통해 피부를 뚫지 않고 혈당을 측정하거나 추정한다고 주장하는 스마트워치와 스마트링을 사용하지 말라고 권고했다.

FDA는 스마트워치나 스마트링 자체가 독립적으로 혈당을 측정하거나 추정하도록 설계된 제품 가운데 FDA의 허가·승인·인증을 받은 기기는 없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혈당측정 기능을 내세우는 해외 직구 제품도 포함된다. (U.S. Food and Drug Administration)

다만 이 경고를 “스마트워치에서는 어떤 형태로도 혈당 정보를 볼 수 없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허가받은 연속혈당측정기(CGM)의 센서가 측정한 포도당 정보를 스마트워치 화면에 연동해 보여주는 기능은 별개의 문제다.

FDA가 경고한 대상은 피부 아래 별도의 센서 없이 손목시계나 반지 자체가 혈당을 직접 측정한다고 주장하는 제품이다.

첫 번째 문제…혈당을 ‘직접 측정’하는지 불분명하다

정상적인 혈당측정기는 혈액 속 포도당이나 혈당과 밀접하게 연동되는 조직액 포도당을 감지한다.

자가혈당측정기(SMBG)는 손끝에서 채취한 혈액과 시험지의 효소반응을 이용한다. 연속혈당측정기(CGM)는 피부 아래에 삽입된 센서를 통해 조직액의 포도당 농도를 측정한다.

반면 다수의 손목형 제품은 광용적맥파(PPG), 적외선, 심박수, 피부온도, 혈류 변화, 운동량 등의 생체신호를 수집한 뒤 알고리즘을 통해 혈당값을 추정한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심박수나 손목 혈류는 혈당에만 반응하는 신호가 아니다. 운동, 긴장, 수면, 카페인, 체온, 탈수, 혈압, 피부 상태 등에도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센서에 불빛이 들어오고 숫자가 표시된다는 사실만으로 포도당을 실제 측정했다고 볼 수 없다.

 
두 번째 문제…‘AI 분석’이 정확성 검증을 대신할 수 없다

광고에 등장하는 ‘AI 혈당측정’이라는 표현도 주의해야 한다.

AI는 센서가 수집한 데이터를 일정한 계산식으로 분석하는 수단일 뿐이다. 입력 신호가 포도당 농도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거나 학습자료가 부정확하다면, AI를 사용하더라도 결과값은 신뢰하기 어렵다.

스마트워치 센서와 생활정보를 활용해 혈당 변화를 예측하려는 연구는 실제로 진행되고 있다. 일부 연구에서는 손목센서와 기존 포도당 데이터를 결합해 포도당 변화나 값을 예측할 가능성을 보고했다. 그러나 이러한 연구는 통제된 연구환경과 개인별 보정, 기존 혈당자료를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다. 일반 쇼핑몰에서 판매되는 모든 손목형 제품의 정확성을 보장하는 근거가 아니다. (PubMed)

연구 단계의 가능성과 완성된 의료기기는 구분해야 한다.


세 번째 문제…같은 사람에게서도 조건에 따라 값이 달라질 수 있다

비침습 광학측정 기술은 피부와 혈관을 통과하거나 반사되는 빛의 변화를 분석한다.

하지만 손목에서 얻는 광학신호는 여러 변수의 영향을 받는다.

  • 센서와 피부 사이의 밀착 정도
  • 시계 착용 위치와 압력
  • 피부 두께와 피하지방
  • 땀과 수분 상태
  • 피부온도와 주변 온도
  • 움직임과 운동
  • 혈류량과 말초순환 상태
  • 피부색과 색소
  • 측정 시간과 식사 상태

비침습 혈당측정 기술에 관한 연구 문헌도 광학, 전자기, 전기화학 등 여러 방식이 개발되고 있지만 생체환경의 간섭과 개인별 차이, 낮은 포도당 신호의 구분이 주요 과제로 남아 있다고 설명한다. (PubMed)

이 때문에 한두 번 기존 혈당측정기와 비슷한 값이 나왔다고 해서 정확성이 입증됐다고 볼 수 없다.


네 번째 문제…숫자가 그럴듯하게 변한다고 정확한 것은 아니다

일부 사용자는 “식사 후 수치가 올라가고 운동 후 내려가므로 맞는 것 같다”고 말한다.

하지만 일반적인 혈당 변화 패턴을 알고리즘에 미리 반영하거나 시간, 심박수, 활동량 등을 이용하면 혈당이 실제로 측정되지 않더라도 그럴듯한 곡선을 만들 수 있다.

정확성을 판단하려면 식전·식후 몇 차례 비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정상혈당, 고혈당, 저혈당 전 구간에서 충분한 수의 비교측정이 필요하며, 오차가 치료 결정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도 평가해야 한다. 특히 혈당이 빠르게 오르거나 내려가는 상황에서 기준 측정법과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제조사가 비교시험의 대상자 수, 시험기관, 기준 측정법, 오차분포와 저혈당 구간의 정확성을 공개하지 않는다면 광고 속 ‘정확도 99%’ 같은 숫자는 신뢰하기 어렵다.


다섯 번째 문제…‘CE’, ‘KC’, ‘FCC’ 표시가 혈당 정확성을 보증하지 않는다

해외 제품에는 각종 인증 로고가 나열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전자파 적합성, 통신기기 안전, 배터리 또는 전기용품 관련 인증을 받았다는 사실과 혈당측정 의료기기로 임상 성능을 인정받았다는 것은 별개다.

소비자가 확인해야 할 사항은 단순히 인증 마크가 있는지가 아니다.

혈당측정 의료기기로 어느 국가의 규제기관에서 허가받았는지, 허가번호와 정식 제품명이 무엇인지, 혈당측정 적응증이 허가범위에 포함됐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인증서 사진만 게시하고 허가기관의 공식 데이터베이스에서 제품을 조회할 수 없다면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

여섯 번째 문제…‘건강 참고용’ 면책문구와 의료효과 광고가 충돌한다

일부 판매페이지는 전면에서는 ‘당뇨 관리’, ‘실시간 혈당측정’, ‘고혈당 경고’를 강조하면서도 하단에는 작은 글씨로 다음과 같은 문구를 표시한다.

  • 의료용이 아님
  • 진단과 치료 목적으로 사용하지 말 것
  • 측정값은 참고용
  • 전문 의료기기를 대체하지 않음

이러한 문구가 있다면 제품의 혈당값을 인슐린 투여나 약물 조절에 사용해서는 안 된다.

‘혈당측정’이라는 표현으로 구매를 유도하면서 실제로는 건강 참고용 수치라고 고지하는 방식은 소비자에게 제품의 성능을 오인하게 할 가능성이 있다.


일곱 번째 문제…개별 제품의 측정 원리와 임상자료를 찾기 어렵다

해외 직구 손목형 제품은 동일하거나 유사한 외형의 기기가 서로 다른 브랜드명으로 판매되는 경우가 있다.

판매자는 달라도 제품 화면과 센서 배치, 앱 인터페이스가 유사하며, 제품명이 수시로 바뀌는 사례도 관찰된다. 이 경우 제조사를 특정하거나 임상자료와 품질관리 책임자를 확인하기 어렵다.

또한 판매 페이지에 논문이나 인증서를 게시했더라도 그 자료가 실제 판매 제품과 동일한 모델을 시험한 것인지 확인해야 한다.

다른 연구용 시제품의 논문, 일반적인 비침습 혈당기술 논문, 제조사가 다른 기기의 시험성적서를 현재 판매 제품의 근거처럼 제시한다면 제품 성능을 입증하는 자료가 될 수 없다.


여덟 번째 문제…저혈당과 고혈당 구간에서의 오차가 치명적일 수 있다

혈당측정기의 오차는 단순한 숫자 차이로 끝나지 않는다.

실제 혈당이 55mg/dL인데 기기가 100mg/dL로 표시하면 환자는 저혈당 처치를 놓칠 수 있다. 반대로 실제 혈당이 정상인데 낮게 표시되면 불필요하게 당분을 섭취할 수 있다.

실제 혈당이 300mg/dL 이상인데 정상에 가까운 값이 표시되면 인슐린 투여, 케톤 확인, 수분 섭취 또는 의료기관 방문이 지연될 수 있다.

특히 다음 환자는 위험성이 더 크다.

  • 제1형 당뇨병 환자
  • 인슐린을 사용하는 제2형 당뇨병 환자
  • 저혈당 인지장애가 있는 환자
  • 임신성 당뇨병 환자
  • 소아·청소년 환자
  • 신장질환이나 말초순환 장애가 있는 환자
  • 혈당 변동폭이 큰 고령 환자

FDA도 부정확한 측정값에 근거한 인슐린 또는 당뇨병 약물의 잘못된 투여가 정신혼란, 혼수상태, 사망을 포함한 심각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U.S. Food and Drug Administration)


아홉 번째 문제…‘비침습’과 ‘무센서’를 혼동하게 만든다

연속혈당측정기는 손끝을 반복해서 찌르지 않기 때문에 일상적으로는 ‘채혈 없는 혈당측정’이라고 표현되기도 한다.

하지만 CGM은 피부 아래에 가는 센서를 삽입해 조직액의 포도당을 측정한다. 완전히 비침습적인 손목시계와는 측정 원리가 다르다.

FDA가 2024년 허가한 최초의 일반의약품형 연속혈당측정기 역시 피부에 부착하고 피하에 센서를 삽입하는 CGM이다. 손목시계만으로 혈당을 측정하는 제품이 아니다. (U.S. Food and Drug Administration)

따라서 소비자는 다음 세 가지를 구분해야 한다.

1. 자가혈당측정기

손끝에서 혈액을 채취해 시험지로 측정한다.

2. 연속혈당측정기

피부 아래 센서가 조직액 포도당을 측정하고 스마트폰이나 스마트워치에 전송한다.

3. 독립형 손목 혈당시계

별도의 피하센서 없이 시계 자체가 혈당을 측정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FDA가 승인한 제품은 없다.


■ 중국산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두 가짜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이번 문제를 특정 국가의 제품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확대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중국에서도 대학과 연구기관, 의료기기업체가 광학·전자기·땀 기반 포도당센서 등 비침습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손목형 비침습 포도당 측정 시제품의 가능성을 제시한 연구도 발표돼 있다. (PubMed)

그러나 연구논문이 존재한다는 사실과 온라인에서 판매되는 개별 제품이 의료용 정확성을 확보했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따라서 기사의 초점은 ‘중국산은 모두 불량’이 아니라 다음에 맞춰져야 한다.

제조국과 관계없이 혈당측정 의료기기로 허가받지 않았거나 임상적 정확성이 검증되지 않은 손목형 제품을 치료에 사용해서는 안 된다.


■ 구매 전 반드시 확인해야 할 7가지
① 의료기기 허가번호가 있는가
제품명과 모델명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해당 국가 규제기관의 공식 허가정보를 확인해야 한다.
② 허가된 사용 목적에 ‘혈당측정’이 포함됐는가
단순 심박수계나 건강관리용 웨어러블 허가를 받아 놓고 혈당측정기로 광고하는 것은 아닌지 살펴야 한다.
③ 포도당을 무엇에서 측정하는가
혈액, 조직액, 땀, 광학신호 가운데 무엇을 측정하는지 구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④ 임상시험 자료가 실제 판매 모델의 자료인가
제품명, 모델번호, 제조사와 시험 대상 기기가 일치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⑤ 정확도 결과가 구간별로 공개됐는가
평균값 하나가 아니라 저혈당·정상·고혈당 구간의 오차가 제시돼야 한다.
⑥ 인슐린 투여 결정에 사용할 수 있다고 허가됐는가
‘참고용’ 제품의 수치로 인슐린 용량을 바꿔서는 안 된다.
⑦ 수치가 증상과 다를 때 확인할 방법이 있는가
의심되는 경우 허가받은 자가혈당측정기나 CGM으로 즉시 재확인해야 한다.

■ 환자 행동지침

이미 손목형 제품을 구매했더라도 수치를 치료 결정에 사용해서는 안 된다.

다음 상황에서는 반드시 검증된 혈당측정기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

  • 저혈당 증상이 있는데 손목기기는 정상으로 표시할 때
  • 심한 갈증, 잦은 소변, 구토가 있는데 정상으로 표시할 때
  • 손목기기 값이 갑자기 크게 변할 때
  • 기존 자가혈당측정기 또는 CGM과 차이가 클 때
  • 인슐린 투여 전
  • 운전이나 운동 전 저혈당 여부를 판단할 때
  • 아픈 날 고혈당과 케톤산증 위험을 판단할 때

의식저하, 경련, 호흡곤란, 반복되는 구토 등 응급증상이 나타나면 손목기기 수치와 관계없이 즉시 응급의료기관을 찾아야 한다.


■결론

손목시계만 차면 통증 없이 혈당을 측정할 수 있다는 기술은 당뇨병 환자에게 매우 매력적이다. 반복 채혈의 부담을 줄이고 값비싼 CGM을 대체할 수 있다는 기대도 크다.

그러나 의료기기는 편리함보다 정확성과 안전성이 먼저다.

현재 온라인에서 판매되는 손목형 제품의 가장 큰 문제는 비침습 기술 자체가 아니라, 연구 단계의 가능성을 이미 완성된 의료기기처럼 광고한다는 점이다.

또한 혈당을 직접 측정하는지, 알고리즘으로 추정하는지, 단순한 임의 숫자를 표시하는지 소비자가 구분하기 어렵다. 제품별 임상시험과 허가정보가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모든 기기를 동일하게 평가할 수도 없다.

따라서 보도에서도 “중국산 손목혈당측정기는 모두 가짜”라는 단순한 결론보다 다음 사실을 분명히 해야 한다.

첫째, 현재 FDA는 스마트워치나 스마트링 자체가 혈당을 독립적으로 측정하거나 추정하는 제품을 승인한 적이 없다.

둘째, 연구용 비침습 기술의 존재가 시판 제품의 정확성을 보증하지 않는다.

셋째, ‘건강관리 참고용’ 수치를 인슐린 투여와 약물 조정에 사용하면 중대한 위해가 발생할 수 있다.

넷째, 규제기관의 허가번호, 사용 목적, 임상 정확도 자료가 확인되지 않는 제품은 의료용 혈당측정기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

 

혈당을 측정하는 기기보다 더 위험한 것은 ‘측정한다고 믿게 만드는 기기’다

환자는 혈당 수치 하나를 근거로 식사하고, 운동하고, 약을 먹고, 인슐린을 투여한다. 혈당측정기의 숫자는 단순한 건강정보가 아니라 치료 행동을 결정하는 의료정보다.

검증되지 않은 손목형 기기가 정상 범위의 숫자를 보여준다면 환자는 고혈당이나 저혈당을 놓칠 수 있다. 반대로 잘못된 경고는 불필요한 음식 섭취와 약물 변경을 유발할 수 있다.

비침습 혈당측정은 분명 미래의 중요한 기술이다. 그러나 미래 기술에 대한 기대가 현재의 검증되지 않은 제품에 면죄부를 주어서는 안 된다.

당뇨병 환자에게 필요한 것은 그럴듯한 숫자가 아니라, 치료 결정을 맡길 수 있는 검증된 숫자다.

※ 국내 개별 판매제품의 허가 여부는 제품명·모델명·허가번호를 확보한 뒤 식품의약품안전처 의료기기 공식 데이터베이스에서 별도로 대조해야 합니다. 이번 기사에서는 특정 제품을 직접 시험하거나 전체 유통제품의 허가상태를 전수조사하지 않았으므로, 개별 제품이 허위 제품이라고 일괄 단정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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