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치료제의 현재와 미래, 그리고 H.O.P 프로젝트
작성일 : 2026.10.10 13:00

GLP-1이 가져온 비만치료계의 혁신
위고비(세마글루타이드)의 등장은 신드롬이었다. 단순히 신약이 하나 등장한 것을 넘어 역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경제적, 사회적 파급효과를 일으켰다. 2023년 3분기 위고비의 개발사 노보 노디스크의 시가총액은 덴마크의 연간 GDP를 뛰어넘을 정도였고 일론 머스크를 포함한 여러 셀럽들의 
간증은 이 약이 의료계를 넘어 끼친 영향을 짐작케 했다.

 GLP-1 약물의 이런 압도적인 임팩트는 뛰어난 체중 감량 효과와 더불어 더 뛰어난 안전성과 편의성에 있다. STEP-1 임상시험에서 드러난 15%에 이르는 체중 감량 효과에 비해 부작용은 오심, 구토, 설사, 변비 등 비교적 경미한 선에 그쳤다. 이는 이전에 존재하던 비만치료제의 부작용들과 비교하면 더 두드러진다. 펜터민/토피라메이트는 장기 복용 시 신경정신성 부작용, 심혈관계 과부하, 녹내장 등 심각한 부작용이 있고 오를리스타트는 심각한 전신 부작용은 없지만 위생적 편의성이 매우 떨어진다. 이런 개선된 편의성과 안전성을 바탕으로 GLP-1은 활발한 적응증 확장까지 도모했다. 위고비는 SELECT 임상을 통해 심혈관 질환 위험성을 줄이는 효과를 입증했고, ESSENCE 임상을 통해 MASH 치료 효과를, 비록 유의미한 효과 도출에는 실패했지만 EVOKE 임상을 통해 알츠하이머로의 확장도 시도했다. 
 

이 외에도 만성 신장질환, 알코올 의존, 수면 무호흡증, 골관절염, 심부전, 다낭성 난소 증후군 등 비만과 직, 간접적 영향을 주고받는 질병들에 대해서도 활발한 임상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이렇듯 뛰어난 체중감소 효능, 매우 양호한 안전성, 부수적인 효과들, 높은 환자 만족도를 기반으로 GLP-1 비만약은 비만치료 패러다임을 통째로 바꿔놨으며 앞으로도 한동안 비만치료제의 표준으로 기능할 것이 전망된다.

보다 강력한 비만치료제 - 2중작용제, 3중작용제로의 확장
하지만 위고비의 전성시대는 기대보다 빠르게 움츠러들었다. 최고 용량군에서 평균 20%를 웃도는 체중 감소 효능을 보인 SURMOUNT-1 임상시험의 마운자로(터제파타이드)는 24년 2분기 글로벌 매출 30억 9천만 달러를 기록하며 동분기 위고비 매출을 추월하였다. 이 싸움은 누가 더 체중을 많이 뺄 수 있느냐의 싸움이었다. 임상시험마다 차이는 있지만 전반적으로 마운자로가 위고비보다 5~7% 정도의 체중을 더 빼준다. 큰 차이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경우에 따라서 몸무게 앞자리 숫자가 달라지는 결과가 나타나는 체감 가능한 차이였던 것이다. GIP 작용이 더해진 2중작용제가 GLP-1 단일 작용제를 능가한 순간이었다.

이에 맞서 노보 노디스크도 카그리세마(카그릴린타이드+세마글루타이드), 고용량(7.2 mg) 세마글루타이드 임상 결과를 잇달아 발표하며 맞서고 있다. 여기서도 평균 17.4%의 체중 감소를 보이는 고용량 세마글루타이드(STEP 12)에 비해 22.7%의 체중 감소를 보이는 카그리세마의 결과가
(REDFINE 1) 2중작용제의 우위를 다시 한번 확인해준다.

일라이 릴리는 한걸음 더 나아가 GLP-1, GIP, Glucagon세 개 수용체를 동시에 자극할 수 있는 레타트루타이드를 개발하고 있다. 48주 투약만으로 최고 용량군에서 평균 24.2%의 체중 감소를 보여주며 (TRIUMPH-1) 시장을 놀래킨 데 이어 최근 발표된 TRIUMPH-4 임상에서는 최고 용량군에서 평균 28.7%의 체중 감소를 보이며 “마의 벽” 이라고 생각되었던 25%의 벽을 가볍게 뚫어냈다. 이를 계기로 그 동안 혈당 상승에 대한 우려로 기피되었던 glucagon 작용이 재조명되고 있다.

 Glucagon 작용이 더해졌음에도 레타트루타이드는 마운자로에 비해 당화혈색소를 더 많이 줄일 수 있었으며 (TRIUMPH-2 vs. SURPASS-2), 근육을 보존하면서 지방을 선택적으로 감량하는 효과에서도 우위를 보였다 (TRIUMPH-1 vs. SURMOUNT-1).따라서 차세대 비만치료제는 더 높은 체중 감량과, 지방 선택적 감량을 위해 기존 GLP-1, GIP에 더해 glucagon이나 amylin, PYY 등의 추가 조합이 기대되고 있다. 이러한 경쟁으로 인해 앞으로의 비만 치료제 시장은 더 복잡하고 다채로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피할 수 없는 한계 – 근육 감소
식욕 억제 기전에 기반을 두고 있는 비만치료제들은 근육량 감소라는 피할 수 없는 부작용을 동반한다. 전체 감량 대비 근육 손실 비중은 적게는 20%, 많게는 40%에까지 이르며 악력 감소와 같은 실질적인 기능 저하까지 나타나기도 한다.
단백질 섭취를 늘리거나 근력운동을 병행하는 보조요법으로 근육 감소를 최소화하는 전략이 시도되지만 기존에 근감소증을 대상으로 개발되던 약물을 조합하는 방식도 시도되고 있다. Activin-myostatin 경로 저해제의 대표격인 비마그루맙은 처음에 노인성 근감소증을 대상으로 개발되었으나 근육 증가량이 평균 7% 정도로 미미했고 기능적 개선을 보여주는데 실패하며(InvestiGAIT) 후기 임상 개발이 좌절된 바 있다.
 

하지만 비마그루맙은 위고비와 병용 시 추가적인 체중 감소와 더불어 위고비의 근육 손실을 60% 이상 방어하는 효능(BELIEVE)을 보이면서 새로운 치료 옵션을 제안하고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 리제네론은 COURAGE 임상시험을 통해 위고비, 트레보그루맙, 가레토스맙 세 가지 병용요법으로 체중 감량 중 근육 비중을 5% 미만으로 억제하면서 수치상으로는 이상적인 체중감소의 질을 보였다.다만 이런 접근에서 여러가지 한계점도 함께 나타난다. 공통적으로 근육통, 근육 경련, 피부 및 혈관 관련 부작용이 나타나며 3제 요법에서는 사망 사례까지 관찰되었다 (약물과의 직접적인 관련성은 입증되지 않았다). 2제 요법군에서는 4-10%, 3제 요법군에서는 28.3%에 이르는 중단율은 이러한 추가적인 부작용이 무시할 수 없는 수준임을 시사한다. 


Activin myostatin 억제제들은 대부분 항체로 개발되고 있어 정맥주사로 투여해야 하므로 편의성에서의 제한도 함께 갖고 있다.근육 감소를 최소화하면서 체중 감소를 극대화하는 접근은 비만치료 시장의 다음 미충족 수요이다. 체중 감소 극대화 전장이 어느 정도 포화상태에 이르면 환자들은 본격적으로 근육에 관한 질문들을 던지기 시작할 것이다.


한미약품이 그리는 미래 비만치료제 청사진 
– H.O.P 프로젝트
한미약품은 2023년 9월 H.O.P(Hanmi Obesity Pipeline)을 출범시키며 비만 전주기 포트폴리오 구축을 천명한 바 있다. 이는 올해 하반기 한국시장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는 에페글레나타이드(GLP-1 작용제), 비만과 당뇨를 대상으로 각각 임상2상을 진행하고 있는 HM15275(GLP-1, GIP, 
Glucagon 삼중작용제), 근육을 증가시키는 비만치료제를 표방하며 임상1상을 진행하고 있는 HM17321을 포함한다. 이 포트폴리오는 각각 비만치료제의 현재와 미래, 그리고 그 다음 미래를 주도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각 파이프라인의 임상 단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한미는 글로벌 비만치료제 트렌드를 선두 그룹에서 따라가며 멀지 않은 미래에 이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잠재력까지 보여준다. R&D 센터에서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끊임없이 새롭게 생겨나는 미충족 수요에 대응하여 새로운 파이프라인을 만들어내고 있다.
 

비만은 만병의 근원이라고도 일컬어진다. 효과적이고도 안전한 비만치료제들이 단순히 체중만 줄이는 것이 아니라 여러가지 동반 질환에 동시다발적으로 효력을 보이는 것을 보면 많은 통찰을 담고 있는 말이라고 생각된다. 놀랍도록 빠르게 발전하는 비만치료 영역을 보면 이제 질병을 건강으로 돌리는 데 그치지 않고 건강을 더 건강함으로 만드는 것도 불가능이 아닐 것이라 생각된다. 새로운 약들과 새로운 치료법으로 점점 발전해나갈 비만 영역에서 한미약품은 새로운 효능과 강화된 안전성을 갖는 치료제들을 계속해서 만들어 나갈 것이다. 이는 현장에서 비만과 그에 동반된 여러 동반질환들을 보며 깊고 넓은 통찰을 쌓은 의료진들의 창의적인 활용과 맞물려 단순히 질병을 극복하는 것에서 나아가 인류를 더 건강하게 만드는 패러다임의 전환으로 이어질 것이라 감히 예상해본다.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