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케이앤에스파트너스 대표변호사 강승희 엔도저널 법률고문으로 영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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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건이었는가
1998년 여름, 한 남성이 ○○죄로 구속되어 ○○교도소에 수감되었다. ○○병원에서 당뇨 및 고혈압으로 입원 치료를 마친 직후였다. 수감 당시 그의 혈당은 식후 361mg/dL에 달할 정도로 조절이 미흡한 상태였다.
교도소 의무관은 당뇨와 고혈압을 진단하고 약물치료를 개시하였다. 그러나 그해 9월, 수용자는 처음으로 시력 저하 를 호소하기 시작했다. 의무관은 이를 단순 고혈압 증세로 치부하여 혈압약을 추가 처방하는 데 그쳤다. 이후 10월과 12월에도 시력 이상 호소는 반복되었으나, 의무관은 이를 "당뇨 환자에게 나타날 수 있는 제반 증상"으로만 기록했을 뿐, 안과 전문의에 의한 정밀 진단이나 전원 조치는 단 한 번 도 시행하지 않았다. 심지어 해당 기간 중 실시된 네 차례의 건강검진에서 의료진은 수용자의 시력을 만연히 '좌우 1.2' 로 기재하는 등 실제 상태와 동떨어진 검사 결과를 남기기도 하였다.

이듬해 봄, ○○교도소로 이감된 그는 면회 온 지인의 얼 굴조차 분간하지 못할 정도로 상태가 악화되었다. 1999년 7 월 출소 직후에야 ○○병원을 찾은 그에게 내려진 진단은 양안 증식성 당뇨망막병증이었다. 이미 견인성 망막박리와 유리체 출혈이 병행된 실명 위기 상태였다. 수차례의 응급 수술에도 불구하고, 그는 결국 두 눈의 시력을 모두 잃었다.
그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법원의 판단
원심(항소심) 법원은 의무관이 안과 전문의가 아닌 ○○ 교도소 소속 의무관으로서 요구되는 의료상의 윤리와 의학 지식 및 경험에 근거해, 신속히 위 원고에 대한 건강검진과 면담절차를 거쳐 병명을 고혈압 및 당뇨병이라는 임상적 진 단을 내렸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교도소의 의료장비와 의료여건으로 가능한 범위 내에서 위 원고를 병동에 수용하 여 혈당 치료를 지속적으로 하여 오면서 당뇨병의 치료에 필요한 최선의 주의를 다하였다고 판단하고, 의료진의 과실 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교도소의 의무 관은 교도소 수용자에 대한 진찰·치료 등의 의료행위를 하 는 경우 수용자의 생명·신체·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성질 에 비추어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최선의 조치를 행하여야 할 주의 의무가 있다고 전제한 후 의무관들은 교도소 수용자인 위 원고에 대한 진찰·치료 등의 의료행위를 함에 있어서 위 원 고가 당뇨망막병증으로 시력이 저하되어 가고 있었고, 당시 의 치료 경과에 비추어 보면 내과 영역의 치료만으로는 시 력저하에 대한 적절한 조치가 되지 못하고 안과 영역의 치 료가 행해져야 함을 알 수 있었으므로, 적절한 치료를 함으 로써 위 질병의 진행속도를 늦추고 유용한 시력이 가능한 한 오래 보존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그 의무를 다하지 아니하였고, 이로 인하여 위 원고가 양안 실명상태에 이르게 되었다고 볼 여지가 많다고 판단하였다.
이 판결이 남긴 것
본 판결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의료진의 주의의무를 판단 함에 있어 '교도소 수용자'라는 특수한 처지를 명시적으로 고려했다는 사실이다. 수용자는 의학 정보에 대한 접근이 제한적이고 행동의 자유가 없으며, 스스로 외부 의료기관을 선택할 수 없는 지위에 있다. 법원은 바로 이러한 제약 때문 에 의료진의 주의의무가 더욱 실질적이고 무겁게 다루어져 야 한다고 보았다.
이는 비단 교도소에만 국한되는 논리가 아니다. 요양병원 의 고령 환자, 정신병동의 입원 환자, 의사결정 능력이 저하 된 응급 환자 등 '의료적 자기결정권이 제약된 모든 환경'에 적용되는 보편적 원칙이다. 환자가 스스로를 보호할 수 없 는 상태일수록, 의료진의 관찰과 조치는 보다 적극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당뇨망막병증은 초기 자각 증상이 미미하여 시력 변화를 느꼈을 때는 이미 골든타임을 놓쳤을 가능성이 크다. 수용 자가 거듭 호소했던 시력 저하는 전문의의 조기 개입을 알 리는 마지막 경고 신호였다. 그러나 의료진은 그 신호를 사 실상 묵살했다.
환자가 스스로를 보호하기 어려운 상황일수록, 의사에게 는 그 호소가 가리키는 잠재적 위험을 선제적으로 파악하고 적시에 전문적 진료를 연결해 줄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