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장, 세브란스병원장, 연세대학교 의료원장 겸 의무부총장, 그리고 대통령의 심장을 책임졌던 주치의. 소위 ‘의사 들의 의사’라 불리며 대한민국 의료계의 최고 요직을 두루 거친 정남식 원장이 퇴임 후 대학병원의 화려한 집무실 대신 선택한 곳은 환자들의 숨소리와 목소리가 가장 가까이 들리는 1차 의료기관이었다.
그가 세운 의원의 이름 ‘필메디스(PHILMEDIS)’에는 그의 평생 철학이 응축되어 있다. 사랑(Phil), 의료(Med), 소통(Interwork), 사 회(Society)의 약자를 딴 이 이름은 ‘사랑과 의료로 사회와 소통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그는 일전에 진행된 <엠디저널>과의 인 터뷰에서 “의사는 사회에 봉사하는 존재여야 하며, 그 소통의 시작은 환자의 말을 경청하는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의사는 환자 곁을 떠나서는 안 된다고 항상 강조하는 정남식 원장을 엠디저널이 다시 만나보았다.<최연주 기자>
대통령의 심장을 지킨 11년, ‘신의’를 말하다
정남식 원장의 이력에서 빼놓을 수 없는 대목은 바로 대통령 주치의 경력이다. 그는 고(故) 김대중 전 대통 령의 심장 건강을 11년 동안 전담했다. 대통령 주치의 라는 자리는 국가 원수의 안위가 곧 국격과 직결되는 만큼, 고도의 전문성과 함께 24시간 긴장을 놓을 수 없 는 막중한 책임감이 요구되는 자리다.
그는 당시를 회상하며 “대통령이라는 직분을 떠나, 한 사람의 환자로서 그분과 맺은 신뢰 관계가 무엇보다 소중했다”고 술회한다. 당시 김 전 대통령은 그를 진심으로 신뢰했으며, 정 원장 또한 주치의로서의 엄격함 을 유지하면서도 환자의 인간적인 고뇌를 깊이 이해하려 노력했다. 이러한 경험은 훗날 그가 ‘정밀 진단’ 못지 않게 ‘환자와의 정서적 교감’을 중시하게 된 결정적 계 기가 되었다.
대통령 주치의 겸 대학병원 원장, ‘동네 의원’을 개원 한 진짜 이유
국내 최고의 심장 전문가이자 저명한 의료 행정가였던 그가 퇴직 후 1차 의료기관을 개원했을 때, 주변의 시 선은 놀라움 반, 우려 반이었다. 하지만 정 원장의 목표 는 확고했다. 바로 ‘의료전달체계의 올바른 정립’이다.
“큰 병이 아닌데도 대학병원으로만 몰리는 환자들, 정 작 중증 환자가 치료 기회를 놓치는 현실을 바로잡고 싶었습니다. 1차 의원에서 정확하게 진단하고, 꼭 필요 한 경우에만 상급 병원으로 연계하는 시스템. 그것이 제가 필메디스에서 실천하고자 하는 모델입니다.”

그는 필메디스를 단순한 치료소가 아닌, ‘심뇌혈관 질 환의 최전방 방어기지’로 만들었다. 대학병원급 검진 장비를 갖추고, 수십 년간 쌓아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판막 질환, 고혈압, 심부전 등을 정밀하게 진단한다. 검 사 결과가 심각할 경우, 그가 가진 네트워크를 활용해 즉시 대형 병원 수술팀과 연결한다. 이것이 그가 생각 하는 진정한 의미의 ‘협력 진료’다.

100세 시대의 키워드, ‘강수(康壽)’를 향하여
정남식 원장은 근 몇 년간 ‘강수(康壽)’라는 개념을 전 파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단순히 오래 사는 ‘장수(長 壽)’를 넘어, 죽는 날까지 건강하게 자아를 실현하며 사 는 삶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정 원장은 왜 꾸준히 이것 에 대해 목소리를 높여오고 있을까?
지난 2025년 12월 발표된 통계청의 <2024년 생명 표>를 보면, 한국인의 전체 기대수명은 무려 84.7세 (남성 81.9세, 여성 87.5세)에 달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제 장수란 별달리 목표조차 되지 못하는 시대다. 불 과 20여년 전인 2000년도만 해도 그 비율이 각각 34.7%와 59.2%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말로 말도 안 되는 수준의 증가세다. 으레 말버릇처럼 나오는 '백 세 시대'가 슬슬 농담이 아니게 되는 단계, 하지만 우리 는 이에 대한 준비가 되었을까. 그가 '단순히 오래 사는' 개념을 저어하는데는 명확한 이유가 있다.
인생 말년, 20년동안 아프다 죽는다?
정 원장이 설명하는 문제점은 유병 기간을 제외한 수 명, 즉 건강 수명이 짧다는 것이다. 현대의 의학은 분 명 엄청난 수준으로, 그야말로 죽을 사람도 살려내는 지경에 이르렀다. 하지만 문자 그대로 '살아만 있는' 경 우에 해당하는 경우란 것이 문제다. 2025년 기준으로 한국은 건강 기간이 약 65세까지로, 기대수명이 85세 에 달하는 것을 생각하면 인생 말년에 20년 가량을 아 프게 살다 죽게 된다. 노인성 우울증, 치매, 파킨슨병, 각종 관절과 척추 질환 및 협착, 심폐질환 또는 암 관련 질환과 치료 후유증까지. 살아남는데 성공해도 요양원 에 모셔진다면 그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정남식 원장은 이러한 상황을 우려하며 강수의학, 즉 건강한 노년을 위한 의학적 준비를 강조해왔다. <엠디 저널>과 헬시에이징학회 강연에서 그가 제시한 ‘건강 한 노년의 공식’은 의외로 단순하지만 강력하다.

특히 그는 ‘뱃살’과 ‘담배’를 심장의 최대적으로 꼽는다. 내장지방은 혈관을 망가뜨리는 시한폭탄이며, 담배는 그 폭탄에 불을 붙이는 격이라는 비유다.
필메디스의원이 추구하는 미래 의료의 표본
필메디스의 진료 시간은 길다. 환자 한 명 한 명의 과거 병력부터 현재의 고민까지 충분히 들어주기 때문이다. 정 원장은 “진단은 기계가 하지만, 그 결과가 환자의 삶 에 어떤 의미인지를 설명해주는 것은 의사의 몫”이라 고 말한다.
그는 이곳에서 인공지능(AI) 기반의 심장 분석 시스템 을 도입하는 등 최신 기술을 접목하면서도, ‘인본주의 적 의료’라는 본질을 놓지 않는다. 환자가 의문을 가질 때마다 직접 그림을 그려가며 혈관 구조를 설명하는 그의 모습에서, 30년 전 청진기를 처음 잡았던 청년 의 사의 열정이 여전히 느껴진다.

명의의 길, 그 끝은 다시 ‘사람’
정남식 원장은 ‘권위의 옷을 벗어던진 거인’이다. 그는 자신의 명성을 이용해 부를 축적하기보다, 뒤틀린 의 료 시스템의 허리를 받치기 위해 스스로 1차 의료의 현 장으로 내려왔다. 필메디스의원의 탄생은 우리 사회에 중요한 질문을 던 진다. “진정한 의료의 가치는 어디에 있는가?” 정 원장 은 몸소 답하고 있다.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정밀하게 환자를 살피는 것, 그리고 그 환자가 건강하게 사회로 복귀하도록 돕는 것. 이것이 그가 40년 넘게 심장을 연구하며 내린 최종 결론이다.
<엠디저널>은 정남식 원장이 개척하고 있는 이 새로운 의료 모델이 대한민국 1차 의료의 표준으로 자리 잡기 를 기대하며, 그의 행보를 계속해서 주목할 것이다. 출처: 엠디저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