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으로 쓰고 삶으로 가르치는 유영만
작성일 : 2026.05.21 12:38

우리나라가 갖고 있는 세계 최고의 경쟁력이 ‘검토 능력’이라고 하더라고요. 장관도 국회의원이 물어보면 “검토해보겠다”고 하고, 더 세게 물어보면 “적극 검토해보겠다”고 해요. 검토하다 토할 때까지 검토하면서 실행을 안 하잖아요.
뭔가를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주는 짧은 문장이 이거예요.
”시작하지 않으면 시작할 수 없다.”
당신이 시작하지 않는 유일한 이유는 시작하지 않기 때문이에요. 준비를 너무 많이 하고, 계획을 너무 완벽하게 세우고, 검토하고, 다짐하고, 결심하고... 날이 새도 또 결심하고.
여러분 뭔가를 시작하는 가장 강력한 방법은 그냥 시작하는 겁니다. 시작해야 책상에 앉아서는 절대로 개발할 수 없는 방법이 개발됩니다. 법은 책상에서 만 들 수 있지만, 방법은 브리콜레르처럼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시행착오를 겪어봐야 인사이트가 떠오르거든요.

 

교수님께서 본인을 ‘지식 생태학자’라고 소개하시는데, 어떤 의미인지 말씀해 주시겠어요?
저는 저자 소개를 할 때마다 책이 바뀔 때마다 책의 컨셉에 맞게끔 저자 소개를 다시 합니다.
그렇게 안 하면 저자(Author)는 저 자(The person)가 되어버려요.(미소)


저는 고향이 충북 음성이에요. 음성 하면 꽃동네, 그리고 유명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님이 태어난 동네 정도는 알고 계 시잖아요. 저는 중학교 때까지 주로 자연에서 놀았어요. 자연이 저의 책이었어요. 어렸을 때 많은 아이들이 그랬지만 책 을 읽기보다 나가서 놀았잖아요. 그때 굉장히 중요한 교육의 철학이 생겼어요. 제가 모시는 세계 최고의 성현은 공자, 맹 자보다 ‘놀자’와 ‘웃자’를 모셔야 되겠다. 창의적인 아이들의 공통점이 다 재미있게 놀아요. 웃으면서 시간 가는 줄 모를 때 창의성이 나오는데, 언제부턴가 우리는 “웃기면 너 지금 장난하냐?”라고 하잖아요.


저는 어렸을 때 자연에서 수렵, 어로, 채취, 농경 생활을 하면서 자연을 위대한 스승으로 모셨던 게 가장 중요한 경험으로 남아있고요. 그리고 인문계 고등학교를 못 가서, 학교 가면 먹여주고 재워주고 취업도 시켜주고 군대도 안 가는 저한테는 꿈의 학교였던 수도전기공업고등학교에 가게 됐는데, 며칠 만에 깨달았죠. 여기는 내 적성에 맞는 학교가 아니구나. 하지 만 갈 곳도 없어서 거기서 3년 동안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전기용접공 기능사 자격증을 땄습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3대 용접공이 있어요. 앨빈 토플러 미래학자, 브라이언 트레이시, 그리고 한국의 유영만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3대 용접공이에요.
졸업 후 경기도 평택 화력발전소에서 4조 3교대 근무를 2년 했습니다. 24시간 전기를 만들어야 하니까요. 생활도 불규칙 하고 생체리듬도 망가진 상태에서 꿈이라는 게 없었어요. 그때만 해도 꿈은 사치였죠.

 

그러한 남다른 길을 걸어오시다가 어떤 계기로 지금의 교수님이 되셨나요?
사람마다 인생의 전환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발전소에서 근무하던 중 사법고시, 행정고시에 합격한 공고 출신 수기를 읽고 결단을 내린 거죠. “나같이 밑바닥 인생을 사는 사람도 고시 공부를 하면 인생을 역전시킬 수 있겠다.” 이런 잘못된 꿈을 품게 만든 책을 읽은 거죠.
그때부터 딱 1년만 공부하기로 결단을 내렸어요. 수도공고를 나와서 영어 실력이 중학교 3학년 수준밖에 안 됐지만, 밤 11시에 출근해서 발전기 사이에 들어가 불빛에서 책을 읽으며 공부했던 적이 많았어요. 결국 원하는 점수는 안 나왔지만, 운명의 장난으로 한양대학교 교육공학과에 입학 을 했죠. 당시 한양대 교육공학과는 신설학과라 미달이었는데, 결론은 제가 미달인 과의 교수가 됐습니다.


돈이 없으니까 돈을 안 내는 가장 강력한 방법은 과에서 1등을 하면 됐어요. 그래서 공부가 재밌어서 한 게 아니라 돈을 안 내려고 새벽 5시까지 공부를 하다 보니, 공부가 재미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됐어요.


고시 공부를 하러 갔는데 하나도 재미없어서, 고시 공부를 포 기하는 두 번째 결단을 내렸죠. 고시 공부한 책들을 달밤에 쌓아놓고 다 불을 질러버리는 역사적인 분서갱유 사건을 감 행했습니다. 그때부터 정말 재미있는 책을 엄청나게 읽기 시작했어요. 학부, 석사, 박사 10년 동안 새벽 5시까지 책을 읽으며 정신 이상자가 됐죠.

100권이 넘는 책을 쓰셨는데, 그 비결과 원동력이 무엇인지요?
맞습니다. 책을 쓰는 비결의 큰 하나는 경험이에요. 저는 경험이 정상이 아니잖아요. 파란만장한 사람이 파란을 일으키는 문장을 쓸 수 있고, 삶 이 밋밋하면 밋밋한 책을 쓰게 돼요.
두 번째는 책을 쓰려면 책을 읽어야 해요. 예를 들어 『브리콜레르』 같은 책을 쓸 때 유사한 책을 기본적으로 40~50권을 읽어요. 그러면 머릿속 에 수많은 개념들이 장착되기 시작하죠.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게 체력입니다. 유학 시절에 공부하다 쓰러지면서 깨달았어요. 체력이 없으면 뇌력도 안 나오는구나. 그때부터 생존 차원 에서 운동을 시작해서 지금까지 매일 운동을 합니다.
요약하면 풍부한 경험, 다양한 독서, 그리고 체력. 이 세 가지가 책을 엄 청나게 쓰는 비결입니다.
또한 책 쓰기는 발상이 아니라 연상이에요.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게 아니라 이미 있는 경험, 개념, 독서를 통한 개념들을 연결하고 융합해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거죠

교수님의 저서 중 ‘브리콜레르’라는 개념에 대해 설명해 주시겠어요?
브리콜레르라는 단어는 인류학자 레비스트로스 의 『야생의 사유』에서 접했어요. 영어로 번역하면 ‘unschooled mind’예요.
‘school’은 학교라는 뜻이자 ‘길들이다’는 동사이기도 해요. 학교를 오래 다니면 ‘schooled’, 즉 길 들여진 사람이 되는 거죠. 거기에 ‘un’이 붙으면 ‘unschooled’, 학교를 오래 다니지 않아서 길들 여지지 않은 사람이 바로 브리콜레르예요.


맥가이버가 위기에 처했을 때 매뉴얼을 참고하지 않잖아요. 맥주를 열고 싶은데 오프너가 없으면 주머니 속 열쇠를 변형해서 여는 것처럼, 갖고 있 는 것의 기능을 변형 적용해서 직면한 문제를 해 결하는 사람들이 브리콜레르예요.
한마디로 브리콜레르는 북스마트, 즉 책상 똑똑이 가 아니라 스트릿 스마트입니다. 길거리에서 넘어 지고 자빠지면서 스마트해진 사람이죠. 이 사람들 의 배움의 터전은 학교가 아니라 일상이고 삶이고 직장이에요.

 

최근 저서 『전달자』에 대해 설명해 주시겠어요? 

사람들은 책을 보는 순간 “그래서 나보고 어떻게 하라 는 얘기야? 전달을 어떻게 하는 게 잘하는 거야?”라 고 기대하는데, 스피치 학원에서 한 달 배워도 삶이 밋밋하면 전달 재료가 밋밋하기 때문에 감동을 주기가 쉽지 않아요.


그 책을 쓴 가장 큰 문제의식은 전달은 테크닉의 문제 가 아니라 삶의 문제라는 거예요. 간디가 그런 말 했잖 아요. “내 삶이 나의 메시지다.” 삶이 메시지인 사람은 전달 테크닉이 좀 부족해도 언어의 묵직한 무게가 실 려 진한 감동을 주거든요.


두 번째 키는 언어입니다. 오늘날 우리가 쓰는 언어를 보면 멋있는 것도 맛있는 것도 다 “대박”, “죽인다”, “헐”로 축약돼 있어요. 경험이 아무리 풍부해도 그것 을 전달할 언어가 없으면 경험이 전달이 안 돼요.


설명과 설득의 차이도 중요합니다. 빌 게이츠는 모범 생 스타일로 설명하면 머리에는 꽂히는데 가슴으로 내려오지 않아요. 스티브 잡스는 설명하지 않고 설득 합니다. 자기 삶을 고백조로 심장을 후벼파고, “Stay hungry”로 감동을 주잖아요. 설명하면 장렬히 전사 하고, 설득하면 감동을 줘요.

 

 

교수님이 운동을 굉장히 열심히 하시는 이유가 있나요? 

사하라나 킬리만자로도 도전하셨잖아요.
유학 시절에 공부하다가 쓰러지면서 깨달았어요. 체력이 없으면 뇌력이 안 나오는구나. 그래서 생존 차원에서 운동을 시작한 거예요.
킬리만자로는 성공했고, 사하라 사막은 실패했어요. 120km 지점에서 쓰러져 있는데 마인드가 계속 명령을 내려요. “참가비 300만 원에 다 합치면 800만 원을 투자했는데 여기서 자빠지면 되겠냐?” 하지만 몸이 안 움직여요.


거기서 배운 인생의 교훈이 있어요. 우리 몸이 마음을 통제하지, 마음이 몸을 통제하지 않는다는 것.
저는 이렇게 정의해요. 마인드로 바디를 컨트롤 하는 사람들은 “정신 나간 사람”이에요. 피지컬이 펀더멘탈이고, 멘탈은 부수야. 신체성이 그 사람의 정체성 이고 미래 가능성을 좌우해요.
그래서 꿈만 꾸지 마세요. 꿈은 낮에 두 눈을 부릅뜨고 내 몸으로 꿔야 꿈의 목적지까지 갈 수 있어요.

인생이 힘들고 막막할 때, 다시 시작해야 하는 순간에 우리는 무엇을 붙들어야 할까요?
우리 모두 살면서 올라갈 때도 있고 내려갈 때도 있는 오르락내리락 하는 인생을 살잖아요. 주역의 사자성어에 ‘물극필반(物極必反)’이라는 말이 있어요. 사물이 극에 달하 면 반드시 반전이 일어난다는 거예요.


지금 너무 내려갔다고 좌절하지 말고, 올라갔다고 자만하지 말고. 힘들 때 힘이 더 빠지 게 하는 방법은 앉아서 계속 생각하고 고민하는 거예요.
힘들 때일수록 자꾸 앉아서 오랫동안 생각하지 말고 일단 나가야 돼요. 바깥에 나가서 바람도 맞아보고 흔들리는 나무도 쳐다보면, 놀랍게도 머릿속의 복잡했던 생각들이 하 나씩 지워지거든요. 일단 나가서 다른 환경에 부딪히면 깨우침이 생겨요.


인지심리학자들도 비슷하게 얘기해요. 일단 상황을 벗어나야 된다고. 그리고 운동을 하세요. 몸은 마음이 거주하는 집입니다. 몸이 주인이고, 마음은 세 들어 사는 아이예 요.

‘건강한 아름다움’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건강한 사람이 아름다운 사람이고, 아름다운 사람인데 건강하지 않은 것은 진정한 의미에서 아름답지 않다고 생각해요.
건강한 아름다움의 가장 중요한 원동력은 자기답게 사는 데서 나 와요. 자기답게 살면 색이 달라지거든요. 색이 달라지면 저절로 남달라져요.


‘꾸미는 것’과 ‘가꾸는 것’은 달라요. 꾸미는 것은 컬러링, 즉 자신 을 감추는 거예요. 가꾸는 것은 컬러풀, 즉 내 안에 있는 대체 불 가능한 자기다움을 세상에 드러내는 거예요. 꾸밀수록 자기는 없어지고, 가꿀수록 자기는 더 멋져 보여요.
자기답게 사는 방법으로 첫 번째는 남과 비교하지 말 것. 그리고 내면의 자기다움을 어떻게 세상에 보여줄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 이게 아름다움의 출발점이라고 생각해요.

 

‘새로운 시작을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짧은 문장으로 용기를 주신다면?
우리나라가 갖고 있는 세계 최고의 경쟁력이 ‘검토 능력’이라고 하더라고요. 장관도 국회의원이 물어보면 “검토해보겠다”고 하고, 더 세게 물어보면 “적극 검토해보겠다”고 해요. 검토하다 토할 때까지 검토하면서 실행을 안 하잖아요.
뭔가를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주는 짧은 문장이 이거예요.
”시작하지 않으면 시작할 수 없다.”
당신이 시작하지 않는 유일한 이유는 시작하지 않기 때문이에요. 준비를 너무 많이 하고, 계획을 너무 완벽하게 세우고, 검토하고, 다짐하고, 결심하고... 날이 새도 또 결심하고.
여러분 뭔가를 시작하는 가장 강력한 방법은 그냥 시작하는 겁니다. 시작해야 책상에 앉아서는 절대로 개발할 수 없는 방법이 개발됩니다. 법은 책상에서 만 들 수 있지만, 방법은 브리콜레르처럼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시행착오를 겪어봐야 인사이트가 떠오르거든요.

 

마지막으로  독자분들께 당부해 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당부라기보다, 제가 아까 소개한 ‘들이대학교’ 옆 에 ‘걱정대학교’를 만들었어요. 걱정대학교 부정학과, 자포자기 전공. 거기서 가르치는 과목이 걱정 심리학 개론, 분위기 다운학 개론이에요. 이런 인생 사지 마세요.
걱정해서 걱정이 없어질 것 같지만 걱정은 없어 지지 않잖아요. 앉아서 걱정한다고 걱정이 사라지지 않아요.
제가 시종일관 강조하는 경험주의자, 실천주의자 로서 나가서 행동해보시면, 머릿속에서 복잡하 게 생각했던 고뇌들이 의외로 뜻밖에 풀릴 
수가 있거든요.일단 해보시고, 안 되면 이전과 다른 방법으로 도전해보시고. 그러면 여러분의 인생이 한 단계 더 도약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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