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젬픽은 ‘반쪽짜리 급여’, 마운자로는 ‘예고된 좌절’
작성일 : 2026.06.01 18:12

 

[기자칼럼] 환자 치료를 후퇴시키는 급여기준, 더는 방치할 수 없다

오젬픽은 ‘반쪽짜리 급여’, 마운자로는 ‘예고된 좌절’… 당뇨병 약제 급여 원칙을 다시 써야 한다

당뇨병 치료는 이미 2026년에 와 있다. 그러나 건강보험 급여기준은 여전히 2011년의 문법으로 환자를 걸러내고 있다. 문제는 단순히 신약 급여가 늦다는 데 있지 않다. 지금의 기준은 의학적으로 필요한 치료를 지연시키는 수준을 넘어, 일부 환자에게는 기존 치료를 후퇴시키도록 만든다. 치료를 잘 받던 환자가 급여를 받기 위해 일부러 더 낡은 약제 조합으로 돌아가야 한다면, 그것은 제도가 환자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 치료를 방해하는 것이다.

현행 ‘당뇨병용제 일반원칙’의 뿌리는 2011년 보건복지부 고시 제2011-60호에 있다. 당시에는 메트포르민을 중심으로 한 단계적 치료가 표준처럼 받아들여졌고, 보험 기준도 그 시대의 치료 질서에 맞춰 설계됐다. 대한병원협회 공지에도 2011년 당시 당뇨병용제 일반원칙 급여기준 개정의 근거가 보건복지부 고시 제2011-60호였음이 명시돼 있다. (대한병원협회)

그러나 그 뒤 15년 동안 당뇨병 치료의 중심축은 완전히 바뀌었다. 대한당뇨병학회는 2025년 제9판 진료지침을 발간했고, 미국당뇨병학회 역시 2026년 Standards of Care를 통해 혈당 목표뿐 아니라 비만, 심혈관질환, 만성콩팥병, 심부전 등 동반질환 관리까지 포괄하는 치료 체계를 제시하고 있다. ADA는 Standards of Care가 당뇨병 진료의 현재 임상 권고를 담고 있으며, 매년 또는 필요 시 더 자주 갱신된다고 설명한다. (대한당뇨병학회) (American Diabetes Association)

 

그런데 한국의 급여기준은 여전히 “어떤 약을 먼저 썼는가”, “그 약으로 몇 달 실패했는가”, “HbA1c가 7%를 넘었는가”라는 낡은 문답에 갇혀 있다. 환자의 심혈관 위험은 뒷전이고, 신장 보호 필요성도 주변부로 밀린다. 체중 증가와 저혈당 위험이 큰 약제를 피해야 하는 환자인지, 이미 여러 약제를 쓰고도 조절이 어려운 중증 환자인지는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다. 의학은 환자 맞춤형으로 진화했는데, 보험은 여전히 정해진 계단을 밟지 않으면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

 

오젬픽 급여 기준은  모순

오젬픽 급여 기준은 이 모순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다. 보건복지부 고시 제2026-24호에 따라 오젬픽프리필드펜주, 즉 세마글루티드 주사제의 급여가 2026년 2월 1일부터 신설됐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도 해당 고시에서 세마글루티드 주사제, 품명 오젬픽프리필드펜주 등이 신설됐다고 안내했다. (HIRA) 겉으로 보면 혁신 치료제의 급여권 진입이다. 하지만 실제 기준을 보면 환영만 할 수 없다.

현행 기준은 경구제 병용요법에서 메트포르민과 설포닐우레아 계열 약제를 2~4개월 이상 병용했는데도 HbA1c가 7% 이상인 환자 중, BMI 25kg/㎡ 이상이거나 인슐린 요법을 할 수 없는 경우에 한해 오젬픽 급여를 인정한다. 투여방법도 기본적으로 ‘메트포르민+설포닐우레아+오젬픽’ 3제 병용을 인정하고, 이후 현저한 혈당 개선이 있을 때에야 ‘메트포르민+오젬픽’ 2제 병용을 인정하는 구조다. 최초 투여 시 약제투여 과거력과 HbA1c, BMI 자료를 제출해야 하고, 이후 3개월마다 HbA1c를 평가하도록 돼 있다. (대한당뇨병학회)

 

설포닐우레아 필수 관문

이 기준의 가장 큰 문제는 설포닐우레아를 사실상 필수 관문으로 만든다는 점이다. 설포닐우레아는 오래된 혈당강하제이고 여전히 필요한 환자가 있다. 그러나 저혈당과 체중 증가 위험 때문에 모든 환자에게 의무적으로 거쳐야 할 약제는 아니다. 특히 GLP-1 수용체 작용제의 핵심 장점이 체중 감소와 낮은 저혈당 위험이라면, 그 장점을 상쇄할 수 있는 약제를 먼저, 그리고 반드시 함께 쓰라는 기준은 의학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다. 대한당뇨병학회도 오젬픽 급여 기준과 관련해 설포닐우레아 선행 조건, BMI 기준 등이 임상 현실과 괴리돼 있으며, 동반질환을 반영한 유연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의학신문)

더 심각한 문제는 이미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들이다. 많은 제2형 당뇨병 환자는 메트포르민과 설포닐우레아라는 단순한 2제 조합이 아니라, SGLT-2 억제제, DPP-4 억제제, TZD, 인슐린 등을 포함한 다양한 병용요법으로 관리되고 있다. 특히 3제·4제 병용요법을 쓰거나, 기저 인슐린에 식전 인슐린까지 사용하는 환자는 질환이 더 오래됐고 합병증 위험도 높은 경우가 많다. 이들이야말로 체중, 저혈당, 인슐린 감량, 심혈관·신장 위험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환자들이다.

그런데 현행 기준은 이런 환자를 자연스럽게 포괄하지 못한다. 환자가 이미 SGLT-2 억제제를 포함한 더 현대적인 조합으로 치료받고 있다면, 오히려 급여 기준을 맞추기 위해 기존 약제를 중단하거나 조합을 바꿔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다시 말해 더 좋은 치료를 받기 위해, 일시적으로 더 나쁜 치료 경로를 밟아야 하는 역설이 발생한다. 환자는 급여를 받기 위해 치료를 후퇴시키고, 의사는 의학적 최선과 보험 기준 사이에서 처방을 비틀어야 한다. 이것은 행정 편의가 아니라 제도적 위해다.

 

오젬픽 급여가 ‘진전’인 것은 맞다.

오젬픽 급여가 ‘진전’인 것은 맞다. 그러나 이 진전은 너무 좁고, 너무 낡았고, 너무 방어적이다. 정부는 같은 성분의 비만 치료제 위고비가 체중관리 목적으로 쓰이는 상황에서 오남용을 막기 위해 투여대상, 평가방법, 처방기간을 명확히 했다고 설명한다. 오남용 관리는 필요하다. 하지만 오남용을 막겠다는 명분이 당뇨병 환자의 적정 치료 접근성을 막는 방식으로 작동해서는 안 된다.

 

마운자로 문제는 이 구조적 한계를 더 크게 드러낸다. 마운자로, 성분명 터제파타이드는 GIP와 GLP-1 수용체를 동시에 표적하는 이중작용제로, 혈당 조절과 체중 감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약제로 평가된다. 그러나 최근 한국릴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제2형 당뇨병 적응증 신규 등재 약가협상은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급여권 진입은 미뤄졌다. (MediGate News)

마운자로 협상 결렬은 단순히 한 회사와 보험당국의 가격 협상 실패가 아니다. 이것은 한국 건강보험이 고가 혁신 당뇨병 치료제의 가치를 어떻게 평가하고, 누구에게 우선적으로 보장하며, 어떤 방식으로 재정을 통제할 것인지 아직 답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신호다. 더구나 마운자로가 향후 다시 급여 논의 테이블에 오르더라도, 오젬픽과 같은 낡은 기준을 그대로 적용한다면 같은 문제가 반복된다. 어렵게 급여가 되더라도 실제 필요한 환자에게 쓰기 어려운 ‘이름뿐인 급여’가 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개선은 오젬픽 하나의 기준을 살짝 고치는 수준에 그쳐서는 안 된다. ‘당뇨병용제 일반원칙’ 자체를 다시 써야 한다. 핵심은 명확하다. 급여기준의 중심을 “과거에 어떤 약을 순서대로 썼는가”에서 “지금 이 환자에게 어떤 위험이 있고, 어떤 약제가 예후를 바꿀 수 있는가”로 옮겨야 한다.

첫째, GLP-1 수용체 작용제와 터제파타이드 계열 치료제의 급여에서 ‘메트포르민+설포닐우레아 필수 선행’ 조건을 폐지해야 한다. 설포닐우레아는 선택지일 수는 있지만 관문이어서는 안 된다. 최소한 경구혈당강하제 2제 이상 치료 후 조절이 불충분한 경우에는, 그 조합이 메트포르민+설포닐우레아가 아니더라도 GLP-1 기반 치료제 추가 또는 전환을 허용해야 한다. 대한당뇨병학회도 오젬픽 급여 대상 병용요법을 현행 메트포르민+설포닐우레아 제한에서 경구혈당강하제 2제 병용 이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의학신문)

둘째, 기존 치료를 후퇴시키지 않는 ‘전환·추가 급여’ 원칙을 세워야 한다. 이미 SGLT-2 억제제 기반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 DPP-4 억제제를 쓰다가 GLP-1 계열로 전환해야 하는 환자, 기저 인슐린 또는 집중 인슐린 요법 중 체중 증가와 저혈당 문제가 있는 환자에게는 현재 치료 이력을 인정해야 한다. 급여를 받기 위해 일부러 약을 줄이거나, 설포닐우레아를 끼워 넣거나, 수개월간 혈당 악화를 감수하게 해서는 안 된다. “실패를 증명해야만 급여를 주는 구조”는 환자 안전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셋째, HbA1c와 BMI만으로 급여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HbA1c는 중요하지만 전부가 아니다. 심혈관질환 병력, 만성콩팥병, 심부전, 비만 또는 과체중, 반복 저혈당, 인슐린 사용량 증가, 체중 증가, 고령, 다약제 복용 위험 등을 함께 반영해야 한다. 비만하지 않은 제2형 당뇨병 환자라도 심혈관·신장 보호 효과가 필요한 경우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도 이미 제기됐다. (메디파나뉴스)

넷째, 약제 선택 기준을 동반질환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 만성콩팥병이나 심부전이 있는 환자는 SGLT-2 억제제를 우선 고려하고, 죽상경화 심혈관질환 위험이 크거나 체중 관리가 중요한 환자, SGLT-2 억제제를 사용할 수 없는 환자에서는 GLP-1 수용체 작용제 또는 터제파타이드 계열 치료제를 조기에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학회 역시 CKD, HF, ASCVD 등 동반질환을 기준으로 맞춤형 약제 처방이 가능하도록 급여 기준을 유연화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메디파나뉴스)

 

 

다섯째, 급여 유지 평가 지표도 바꿔야 한다. 현재처럼 3개월마다 HbA1c만 보는 방식은 GLP-1 계열과 터제파타이드 계열 약제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한다. HbA1c 변화와 함께 체중 변화, 저혈당 감소, 인슐린 용량 감량, 혈압·지질 개선, 신장기능 변화, 알부민뇨, 치료 지속률 등을 함께 봐야 한다. HbA1c가 크게 떨어지지 않았더라도 인슐린 용량이 줄고 저혈당이 감소하며 체중이 개선됐다면, 그것 역시 환자에게 중요한 치료 성과다.

여섯째, 마운자로 같은 고가 혁신 치료제에는 단순한 등재 여부보다 정교한 재정 관리 모델을 적용해야 한다. 모든 환자에게 무제한 급여를 하자는 것이 아니다. 우선순위가 높은 환자군부터 급여를 열고, 사용량-가격 연동, 환급형 계약, 적응증별 가격, 성과 기반 평가 같은 장치를 결합해야 한다. 실제로 약가유연계약제는 2026년 6월부터 적용될 예정으로 안내됐으며, 이런 제도는 고가 혁신약의 표시가격과 실제 재정 부담 사이를 조정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 (대한병원협회)

일곱째, 오남용 관리는 ‘차단’이 아니라 ‘정밀 관리’로 해야 한다. 당뇨병 적응증 환자인지, 기존 약제 사용 이력과 HbA1c 자료가 있는지, BMI와 신장기능, 심혈관·신장 합병증 위험이 무엇인지 확인하는 사전승인 체계를 만들 수 있다. 청구자료 기반 사후점검도 가능하다. 문제는 오남용을 막는다는 이유로 당뇨병 환자에게 필요한 치료까지 막는 것이다. 필요한 환자에게는 열고, 부적절한 사용은 걸러내는 것이 관리이지, 모두에게 낡은 관문을 강요하는 것은 관리가 아니다.

여덟째, 기존 환자에 대한 경과조치를 명확히 해야 한다. 이미 GLP-1 계열을 사용 중인 환자, 위고비나 다른 약제로 치료 연속성 문제가 생긴 환자, 여러 병용요법을 사용하던 중 오젬픽 또는 마운자로 전환이 필요한 환자는 별도 전환 기준으로 보호해야 한다. 새 기준이 마련되더라도 환자가 약을 중단하거나 치료를 거꾸로 돌리는 일이 없어야 한다.

 

이 모든 개선의 출발점은 단순하다. 보험 기준은 환자를 의심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치료를 합리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존재한다. 건강보험 재정은 중요하다. 그러나 재정을 아낀다는 이유로 환자가 심혈관질환, 신장질환, 저혈당, 체중 증가의 위험을 더 오래 감수하게 만드는 것은 장기적으로 더 큰 비용을 부른다. 급여 제한이 당장의 약제비를 줄일 수는 있어도, 합병증을 키우는 방식이라면 그것은 절약이 아니라 비용의 전가다.

오젬픽 급여는 분명 한 걸음 전진이다. 

그러나 환자에게 실제로 필요한 길을 열지 못한다면 그 전진은 반쪽짜리다. 마운자로 협상 결렬은 또 다른 경고다. 혁신 치료제가 등장할 때마다 낡은 기준으로 문을 좁히고, 가격 협상에서 막히고, 급여가 되더라도 현장에서 쓰기 어려운 구조가 반복된다면 피해는 결국 환자에게 돌아간다.

당뇨병 치료는 더 이상 혈당 수치 하나만 낮추는 진료가 아니다. 심장을 지키고, 신장을 보호하고, 체중과 저혈당 위험을 함께 관리하는 예후 중심 치료다. 그렇다면 급여기준도 그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 환자가 급여를 받기 위해 치료를 후퇴시키는 나라가 아니라, 의학적 근거에 따라 필요한 약을 제때 쓸 수 있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

이제 정부가 답해야 한다. 당뇨병 치료는 2026년을 살고 있는데, 왜 환자의 보험 기준만 2011년에 멈춰 있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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