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A 2026이 제시한 당뇨병 치료의 ‘다음 단계’
작성일 : 2026.08.02 20:06

 

 

정밀의료, 동아시아인의 특성, 그리고 삼중작용제

2026년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개최된 제86차 미국당뇨병학회 Scientific Sessions는 당뇨병 치료가 단순 혈당 조절을넘어 병태생리 기반의 정밀의료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특히 올해 학회에서는 제2형 당뇨병의 이질성, 동아시아인 특유의 당뇨병 발생 양상, 그리고 GLP-1 수용체작용제를 넘어선 다중 호르몬 수용체 작용제가 핵심 주제로 부각되었다.
이번 학회의 흐름은 세 가지 질문으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같은 제2형 당뇨병 환자라도 왜 병의 진행 속도와 치료반응이 다른가. 둘째, 한국인을 포함한 동아시아인은 왜 비교적 낮은 BMI에서도 당뇨병이 잘 발생하는가. 셋째, 차세대 약물치료는 혈당과 체중 조절을 넘어 어떤 대사질환 영역까지 확장될 것인가.


제2형 당뇨병, 하나의 질환이 아닌 이질적 질환군
Kelly West Award 수상자인 Mohammed K. Ali 박사는제2형 당뇨병을 하나의 평균적 질환으로 접근하는 기존 방식의 한계를 지적하였다. 그동안 당뇨병 진료는 HbA1c, 공복혈당, 체중, 혈압 등 표준화된 위험지표를 바탕으로 치료알고리즘을 적용해 왔다. 이러한 접근은 공중보건과 임상지침 수립에는 유용했지만, 실제 진료실에서 마주하는 환자별차이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

같은 HbA1c 8.0%의 환자라도 한 환자는 심한 인슐린 저항성과 복부비만이 주된 문제일 수 있고, 다른 환자는 정상체중에 가까우나 베타세포 분비능 저하가 핵심일 수 있다.이 두 환자에게 동일한 치료전략을 적용하는 것은 병태생리적으로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최근 제2형 당뇨병은 다음과 같은 표현형으로 이해 되고있다.

이러한 분류는 아직 표준 진료지침에 그대로 적용되는 단계는 아니지만, 개원의가 환자를 설명하고 약제를 선택하는데 중요한 사고의 틀을 제공한다.


정밀 당뇨병의 핵심: 혈당보다 기전을 본다

정밀 당뇨병은 단순히 더 많은 검사를 시행하는 진료가아니다. 핵심은 혈당이라는 결과보다 혈당 상승을 초래한기전을 파악하는 데 있다.향후 진료에서는 다음 요소들이 더 중요해질 가능성이있다.
• C-peptide
• 공복 인슐린
• 식후혈당 반응
• 허리둘레 및 내장지방
• 지방간 여부
• 가족력
• 심혈관·신장 동반질환
• 약제 반응성
• 환자의 행동·심리 특성


특히 비만하지 않은데 혈당 조절이 어렵거나, 식후혈당 상승이 두드러지고, 비교적 이른 시기에 약제 병합이 필요한환자에서는 인슐린 분비능 저하를 고려해야 한다. 반대로복부비만, 지방간, 고중성지방혈증, 고혈압이 동반된 환자에서는 인슐린 저항성 우세형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개원의 진료현장에서 중요한 것은 복잡한 유전체 검사가아니라, 환자를 “혈당 수치”가 아닌 “병태생리적 유형”으로이해하려는 태도이다.
 

동아시아형 당뇨병: 낮은 BMI 뒤에 숨은 위험
Banting Medal을 수상한 Takashi Kadowaki 교수의 강연은 한국 진료현장에 직접적인 시사점을 준다. 동아시아인은 서구인에비해 낮은 BMI에서도 제2형 당뇨발생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는단순한 체중 문제가 아니라 베타세포 기능과 내장지방 축적의 문제로이해해야 한다.
서구형 제2형 당뇨병은 대개 비만과 인슐린 저항성이 중심축으로 설명된다. 반면 동아시아형 당뇨병은 상대적으로적은 체중 증가에도 내장지방이 빠르게 증가하고, 이에 대한 베타세포의 보상성 인슐린 분비가 충분하지 못해 혈당이상승하는 양상을 보인다.따라서 한국인 환자에서는 BMI가 정상 범위에 가깝더라도 다음 요인을 함께 평가해야 한다.

 

특히 “마른 당뇨” 환자에서 혈당 조절이 빠르게 악화되거나 체중 감소가 동반되는 경우, 단순 제2형 당뇨병으로만 판단하지 말고 인슐린 분비능 저하, LADA(LatentAutoimmune Diabetes in Adults) 가능성, 췌장질환 여부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GLP-1 이후의 흐름: 삼중작용제의 등장
ADA 2026에서 신약 분야의 가장 큰 관심은 GIP, GLP-1,글루카곤 수용체에 동시에 작용하는 삼중작용제 retatrutide였다.기존 GLP-1 수용체작용제는 혈당 개선, 체중 감소, 심혈관 보호 가능성을 통해 당뇨병과 비만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꾸었다. 여기에 GIP와 글루카곤 수용체를 함께 표적으로 삼는 전략은 더 강력한 체중 감소와 대사 개선을 목표로 한다.Retatrutide의 주요 임상 결과는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다만 retatrutide는 아직 연구 단계 약물이며, 국내에서 처방 가능한 치료제가 아니다. 위장관 이상반응은 기존 GLP-1계열과 유사하게 관찰되었고, 일부 연구에서는 요로감염 가능성도 제기되어 장기 안전성 검증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 약물이 보여준 방향성은 중요하다. 당뇨병 치료제는 더 이상 혈당강하제에 머물지 않고, 체중, 지방간, 수면무호흡, 심혈관위험, 관절질환까지 포괄하는 대사질환 치료제로 확장되고 있다.

개원의 진료현장에서의 적용
이번 ADA 2026의 메시지는 “새로운 약제가 나왔다”는 것보다 “당뇨병을 보는 방식이 바뀌고 있다”는 데 있다.개원의 진료현장에서 다음 다섯 가지 변화가 필요하다.
첫째, HbA1c만 보지 않는다
HbA1c는 치료 목표 설정에 중요하지만, 병태생리를 설명하지는 못한다. 같은 HbA1c라도 체형, 식후혈당, 지방간, 허리둘레, C-peptide에 따라 치료전략은 달라질 수 있다.


둘째, BMI보다 허리둘레를 함께 본다동아시아인에서는 BMI가 정상이어도 내장지방과 대사위험이 높을 수 있다. 허리둘레, 지방간, 중성지방, HDL 콜레스테롤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셋째, 베타세포 기능 저하를 조기에 의심한다
마른 체형, 가족력, 식후혈당 상승, 빠른 혈당 악화가 동반되면 인슐린 분비능 저하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넷째, 약제 선택은 표현형을 반영한다
비만과 인슐린 저항성이 두드러진 환자, 심혈관질환 위험이높은 환자, 신장질환 동반 환자, 고령 환자는 각각 치료 우선순위가 다르다.
 

다섯째, 신약은 효과와 안전성을 함께 본다
강력한 체중 감소와 혈당 개선 효과가 있는 약물일수록 장기 안전성, 순응도, 위장관 이상반응, 근감소 위험, 동반질환개선 여부를 함께 평가해야 한다.
 

결론
ADA 2026은 당뇨병 진료가 혈당 중심 치료에서 기전 중심 치료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제2형 당뇨병은 더이상 하나의 질환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환자마다 인슐린분비능, 인슐린 저항성, 내장지방, 유전적 배경, 생활습관, 동반질환이 다르며, 이러한 차이가 치료 반응의 차이로 나타난다.
일반 개원의에게 특히 중요한 메시지는 동아시아형 당뇨병의 특성이다. BMI가 높지 않더라도 가족력, 허리둘레, 지방간, 식후혈당 상승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마른 당뇨”는 예외가 아니라 진료실에서 흔히 마주하는 중요한 임상군이다.
향후 당뇨병 치료는 정밀의료, 인종·표현형 기반 접근, 다중 호르몬 치료제를 중심으로 발전할 것이다. 진료실에서던져야 할 질문도 바뀌어야 한다.
“혈당이 얼마인가?”에서 “왜 이 환자의 혈당이 올라가는가?”로, 이 질문이 ADA 2026 이후 당뇨병 진료의 다음 단계를 여는 출발점이다.

 

References
1. Kelly West Lecturer Outlines Next Steps for More Precise
Definitions, Preventions and Treatments for Type 2 Diabetes.
ADA Meeting News. 2026.
2. Banting Medalist Encourages Embracing the Unexpected to
Drive Medical Innovation. ADA Meeting News. 2026.
3. Triple-Hormone Therapy Demonstrates Efficacy for Type 2
Diabetes and Obesity. ADA Meeting News. 2026.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