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월 에피데믹’의 실체부터 생애주기별 ‘알레르기 행진(Allergic March)’ 차단법까지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9월이면 전국의 소아청소년과와 이비인후과는 문전성시를 이룬다. 쉴 새 없이 훌쩍
이는 아이와 기침을 달고 사는 성인 환자들로 가득 차지만, 대다수는 이를 단순한 ‘환절기 감기’로 치부하고 만다. 가을철 호흡기
건강을 위협하는 ‘9월 에피데믹(September Epidemic)’의 정체와 감기·비염의 감별법이 필요한 때이다.
이에 엠디저널이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정회원이자, 미국알레르기천식면역학회(AAAAI) 종신 펠로우(FAAAI)이며, 세계적인 학
술출판사 스프링거(Springer)를 통해 꽃가루 알레르기 전문 서적 ‘Pollen allergy in a changing world’를 출간한 세계적 권위자,
의정부을지대학교병원의 오재원 교수를 찾아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부탁드린다
의정부을지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인 오재원이다. 전문 진료과는 소아청소년과로, 세부 전공으로 알레르기와 호흡기를 주로 다루고 있다. 한양대학교 의과대학에서 30여 년간 재직 후 정년 퇴임해 현재는 이곳에서 임상 교수로서의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 제14대 이사장, 꽃가루알레르기연구협회 회장, 그리고 대한소아알레르기호흡기학회를 비롯한 각종 학회에서도 총무/학술이사/국제이사/교육이사/감사 등 다양한 활동을 했다.또한 개인적인 취미로 음악을 깊게 즐기고 있는데, 코리안 닥터스 오케스트라 초대 악장을 역임했고, 지난해 월드 닥터 오케스트라의 일원으로 뉴욕 카네기홀과 빈 무지크페라인 등에서 연주하였다.

매년 9월이 되면 호흡기 질환자가 급증한다, 이것은 어째서일까
9월에 나타나는 호흡기 증상은 감염성 감기뿐 아니라 알레르기성 질환의 가능성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9월 에피데믹’은 역학적으로도 매우 뚜렷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2018년 캐나다에서 발표된 역학 연구(Epidemic Study)를 비롯해 북미 학계에 보고된 주요 연구들을 보면, 9월 개학 시즌에 소아 호흡기 환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현상을 가리켜 ‘9월 에피데믹(September Epidemic)’이라고 부른다.방학 동안 각 가정에 흩어져 있던 아이들이 개학을 맞아 집단생활을 시작하면 라이노바이러스(Rhinovirus),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등의 전파가 급격히 증가한다. 일반 아이들은 가벼운 감기로 지나갈 수 있지만, 기저에 알레르기 소인을 가진 아이들은 이러한 바이러스 감염이 방아쇠(트리거)가 되어 천식 발작이나 중증 알레르기 비염으로 증폭된다.‘꽃가루 알레르기’는 봄철 질환이 아니었나흔히들 꽃은 봄에 많이 피기 때문에, 봄에만 꽃가루가 많이 날린다고 오해하곤 한다. 그러나 알레르기학적으로 보면 가을철 꽃가루 역시 봄철 못지않게, 혹은 그 이상으로 위험
하다.
봄철에는 참나무, 오리나무, 자작나무, 느릅나무 등 수목류(나무) 꽃가루가 주원인이지만, 가을철(8월 말~10월)에는 돼지풀, 쑥, 환삼덩굴 등 잡초류(우초류) 꽃가루가 대기 중에 대량으로 비산한다. 특히 잡초류 꽃가루는 입자가 작고 항원성이 매우 강해 호흡기 점막에 더 깊숙이 침투한다. 9월 첫째 주부터 환자가 급증하는 직접적인 이유가 바로 이 가을 잡초류 꽃가루와 바이러스성 집단 감염의 결합 때문이다.
보통 콧물이나 기침만 보고 감기와 알레르기를 구분하기가 쉽지 않은데사실 세 가지 핵심 증상에서 뚜렷한 차이가 나타난다. 그래서 주요 차이점을 알면 의외로 쉽게 구분할 수 있다.

감기는 바이러스 감염에 대항해 싸우는 과정이므로 체온이 오르고 염증성 분비물(누런 콧물, 가래 기침)이 동반된다. 반면 알레르기 비염은 감염이 아닌 면역 과민 반응이다.비강 점막의 히스타민 분비로 인해 가려움증이 발생하여 발작적인 ‘재채기’를 하게 되고, 혈관 투과성이 증가해 휴지
를 한 통 다 쓸 정도로 ‘맑은 콧물’이 쏟아져 나온다. 여기에 코점막 부종으로 인한 만성적인 ‘코막힘’이 더해지는 것이 전형적인 알레르기 비염의 3대 특징이다.
일상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효과적인 환경 관리 수칙이 있다면원인 항원이 실외(꽃가루)에 있느냐, 실내(집먼지진드기, 반려동물 털, 곰팡이 등)에 있는지에 따라 대처법이 다르다.

1) 실외 계절성 꽃가루 차단 수칙
귀가 직후 세정 및 탈의: 귀가 후 밤늦게까지 씻는 것을 미루지 말고,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전신 샤워를 통해 머리카락과 피부에 묻은 꽃가루를 씻어내야(Washing out) 한다. 외출복은 즉시 실내복으로 갈아입고, 물 한 컵으로 구강과 인후를 헹궈낸다.
이동 시 차량·실내 공간 밀폐 유지: 자가용이나 대중교통 이용 시 창문을 반드시 닫고 공조기(에어컨·내기 순환)를 가동한다.환기 및 야외 운동 시간대 조정: 잡초류 꽃가루는 오전 6시부터 10시 사이에 비산 농도가 가장 높다. 이 시간대에는 창문을 열어 환기하는 것을 피하고 오후에 환기해야 한다.
야외 조깅이나 운동 역시 새벽보다는 늦은 오후나 방과 후·퇴근 후에 진행하는 것이 안전하다.
2) 실내 집먼지진드기 제어 수칙
고온 열원 노출 필수: 집먼지진드기는 일반 세제나 찬물·미지근한 물 세탁으로는 사멸하지 않는다. 반드시 60~70°C 이상의 고온수로 침구류를 매주 세탁해야 한다.건조기 고온 코스 활용: 사실 매주 이불을 세탁하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매트리스 커버나 솜이불을 매주 물세탁하기 어렵다면, 빨래 건조기의 온도를 70°C로 설정하여 10분 이상 돌리는 것만으로도 진드기를 효과적으로 박멸할 수 있다. 다만 이를 주 1회 주기적으로 반복하는 것이 중요하다.많은 환자나 보호자가 약물 복용이나 정밀 검사를 꺼리는 편인데알레르기 질환은 감염병과 달리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발생하는 질환이 아니라, 유전적 소인을 지닌 ‘특정 체질’에서 발생한다. 부모 중 한쪽이 알레르기 질환이 있거나, 특히 부모 모두(예: 모친 천식, 부친 아토피)가 알레르기 질환이 있는 경우 자녀에게 유전될 확률은 약 80%에 달한다.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병이 연령에 따라 형태를 바꾸며 진행하는 ‘알레르기 행진(Allergic March)’이다.영아기(생후 100일~6개월)에 모유·분유·계란 등에 의한 식품 알레르기나 아토피 피부염으로 시작된 면역 이상은 방치할 경우 5~9세경에는 50% 이상에서 기관지 천식으로 진행한다. 이후 청소년기를 거치면서 성인형 만성 알레르기 비염으로 고착화되어 평생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따라서 증상이 경미할 때라도 혈액 검사나 피부 반응 검사를 통해 정확한 원인 항원을 규명해야 한다. 원인을 모른 채 항생제나 스테로이드를 남용하면 체력만 저하된다. 돌 전후 영아기부터 정확한 진단을 바탕으로 면역 조절 약물 및 항알레르기 제제를 적절히 사용해 ‘알레르기 행진’의 연결고리를 선제적으로 차단해야 한다. 이렇게 조기에 관리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약물 사용을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적으로 활용하시기를 권한다. 날씨 어플리케이션의 알레르기 항목이나, 한국꽃가루알레르기연구협회 등에서 제공하는 공식 꽃가루 연구 정보망을 확인하면 지역별/날짜별 ‘꽃가루 예보 지수’를 미리 확인할 수 있다. 가을철 야외 행사, 학교 운동회, 가족 여행 등을 계획할 때 꽃가루 지수를 사전에 점검하고, 농도가 높은 날에는 외출 전 미리 예방 약물을 복용하거나 마스크를 착용하는 등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알레르기는 방치하면 평생 고통을 주는 질환이지만, 정확한 원인 진단과 과학적인 환경 통제, 조기 치료가 결합하면 충분히 통제하고 완치에 가깝게 관리할 수 있다

